수년간 해결책 외쳤지만 제자리…“장학재단의 연합기숙사 형태가 대안”

행복기숙사 반대하는 주민들 설득‧협의하고 프로젝트 신속하게 진행해야

▲ 지난 2006년 국내 최초 민간자본으로 지은 건국대 민자기숙사 쿨 하우스.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민자기숙사는 이름만 ‘기숙사’일 뿐, 실상은 대학가 원룸 시세보다도 고액이다.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액의 기숙사비는 꾸준히 문제시돼 왔다. 이를 해결할 정부, 대학,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2016년 대학 민자기숙사 기숙사 비용 현황’에 따르면 1인실의 한 달 기준 비용이 연세대 SK국제학사의 경우 65만5000원에 달했다. 2인실은 44만3000원으로 대학가 일반 주거 시세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 뒤를 이어 1인실 기준 △고려대 프런티어관 59만5000원 △건국대 민자1‧2 58만5000원 △숭실대 레지던스홀 55만1000원 △상명대 청록학사 신관 48만1000원 △경희대 국제캠퍼스 우정원 47만원 △전주대 스타타워 46만9000원 △경기대 경기드림타워 44만9000원 순이었다. 이 대학들은 대부분 한 달에 40만원을 상회하는 기숙사비를 받고 있었다.

가장 비싼 기숙사비를 받는 연세대 SK국제학사는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으로 지어졌다. 민간 건설사가 건물을 짓고 대학이 이를 임대해 기숙사로 활용하기 때문에 고액의 기숙사비가 책정된다.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도 마찬가지로 높은 기숙사비가 책정된다. 민간자본으로 건물을 짓고 민간 투자자가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투자자는 수익창출의 목적으로 기숙사비를 올리곤 한다.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하는 학생들의 몫이다.

2016년 기준 전국 사립대 민자기숙사는 총 41동이다. 그중 BTO 기숙사는 36동으로 가장 많았다. BTL 기숙사도 5동이었다. 상대적으로 기숙사비가 저렴하다는 행복공공 기숙사는 13동에 그쳤다.

민자기숙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숙사를 건립하고 운영하는 주체가 민간이라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 대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숙사비가 오른다. 학교 측의 제재나 개입도 쉽지 않다.

1‧2인실만 있는 민자기숙사 비율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점도 문제다. 1인실에 비해 3‧4인실의 기숙사비는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대학 민자기숙사에는 3인실 이상의 기숙사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주의적인 주거형태의 변화가 기숙사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학생의 선택권이 배제된 상태에서 이미 1‧2인실로만 건립된 기숙사는 고액의 기숙사비에 영향을 미친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한 관계자는 “대학이 기숙사 문제에 관해서 책임을 못 진다면 민자기숙사를 허용하고 또 확대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강세진 연구원은 “기숙사는 공공의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에서 먼저 쌓아둔 적립금을 활용해 부지를 확보해서 기숙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들의 경우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연합 기숙사 형태로 행복 기숙사를 짓겠다는 움직임이 대두됐던 것”이라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미적지근했던 측면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관계당국과 지자체가 주민들을 설득하고 합의점을 신속하게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학재단과의 연관성으로 저렴한 기숙사 공급이 어려운 점도 꼬집었다. 강 연구원은 “제3의 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장학재단에서 연합기숙사 형태로 기숙사를 공급할 수 있게끔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교육시설인 기숙사를 가지고 대학이 장사를 할 순 없다. 기숙사 민자 사업의 이윤 창출에 제한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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