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에만 매몰된 경영평가 … 환자 1인당 병원비만 올렸다
복지부 공공병원 평가 적용 … 민주적 거버넌스 도입 필요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이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돈벌이로 평가하는 공공병원 경영평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김진희 기자] 국립대병원의 공공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의 주무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연대 등 국립대병원 현장의 공감대도 높다. 주무부처 이관이 공공성 회복의 답이 될 수 있을까.

우선 국립대병원의 현황을 보자. 경북대병원은 2015년 당시 저가 의료장비 구매 등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서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경북대병원분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경북대병원은 전체 환자 수가 감소했음에도 환자 1인당 병원비는 전년 68만원에서 72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 역시 2014년, 전체 환자 수는 줄었지만 1인당 수익은 2010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립대병원들이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의료복지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의료에 앞장서야 할 국립대병원이 공공 의료 책무를 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립대병원 경영평가’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는 공공병원의 방만 경영을 해소하기 위해 2015년 처음 시행됐다. 좋은 평가를 받은 병원에게는 재정 지원이 뒤따른다. 현재 이 평가는 교육부가 맡고 있다.

그런데 <국립대병원의 평가 재검토 필요성과 대안 방향 검토(2014)>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평가 지표는 다분히 수익성 위주로 짜여있다. 경영성과 평가(당기순이익 등)가 주를 이루고 있고 진료와 교육, 연구 평가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공공의료부문에 대한 지표가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레 국립대 병원들은 공공성을 멀리 하고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게 됐다.

실제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평가 편람에 따르면 평가 분야 중 책임경영, 조직 성과관리, 재무 예산관리, 보수 및 복리후생 관리 성과가 모두 재무에 관련돼 수익성을 평가하고 있다. 배점도 100점 중 40점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반면 공공보건의료사업에 관련한 지표는 16점에 그친다. 수익 창출에 골몰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보니 환자나 국민을 위한 의료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에 치우친 평가지표의 책임을 교육부에 묻고 있다. 교육부가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불완전한 평가지표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한 공공의료기관 관계자는 “공공병원에 대한 경험 등이 별로 없는 비전문 교육부 인사들이 평가 지표를 개발해 공공의료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립대병원 주무부처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대안은 그래서 기대를 받고 있다. 주무부처를 이관한다면 평가지표 개선까지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미 지역거점공공병원에 대한 운영평가를 10년째 수행하고 있다. 보훈병원, 적십자병원, 지방의료원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 평가지표는 경영 관련된 지표가 적은 대신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보건의료사업 성과, 지역주민 건강증진 기여도 등 공공의료와 관련한 지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이 복지부로 이관된다면 복지부가 주관하는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평가 지표 역시 공공성이 한층 더 반영되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다. 실제 이 법안을 준비 중인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은 “보건복지부로 소관을 바꿔 병원들에 대한 일관되고 통합된 관리 시스템을 만든다면 국립대병원의 공공성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가 해결된다고 해서 국립대 병원이 잃어버린 공공성을 단번에 회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원장 임명제도가 여전히 문제로 남기 때문이다. 현행 임명제도는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구조다. 2017년 현재 서울대병원 이사진 구성을 보면 9명 중 3명이 당연직 정부관료다. 국립대 병원 전체로 보면 11명 중 4명(36.4%)이 정부 인사다. 의료 업무를 실제 집행하는 이사가 병원장 외에는 없고 독립 이사도 없어 내부 구성원과 환자, 지역사회의 의견 반영이 어렵다.

이러한 임명 구조는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잃은 채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기 쉽게 만든다. 고(故) 백남기 농민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나 김영재 원장의 비선 진료의혹 등이 그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그 해법으로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을 제시한다.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사회 참여를 늘려 정부의 압력을 견제하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원은 “병원장이 정부의 눈치를 보는 구조에서 병원 내부 여러 이견들은 억눌리기 마련”이라며 “실제 병원 운영에 참여하는 실행이사 비율 확대,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 추천 이사 비율 확대 등을 통해 이사회 선출 구조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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