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퀴어문화축제, 대학 총학생회·성소수자모임 대거 참석

▲ 1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대학 학생회 및 모임의 깃발들(사진=이연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퀴어문화축제에 대학 총학생회의 깃발들이 함께 한다는 것은 다양한 성소수자들에게 대학사회가 안전하고 행복한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상징이다.”

1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폭우 속에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Culture Festival)에는 최근 성소수자임을 커밍아웃한 학생대표들이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커밍아웃한 KAIST 학부 총학생회의 한성진 부총학생회장은 학생회에서 퀴어문화축제 참가 여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면서 “대학 학생회와 모임의 퀴어문화축제 참가는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지향하겠다는 규범적 선언을 넘어 실천과 의지하겠다는 표현이며, 당사자가 아니라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연대의 표식”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인 마태영 연세대 총여학생회장은 벽장 속에서 나와 싸워온 활동들을 언급하고, 연세대에서도 작은 변화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기독 사립대인 연세대에서 성소수자 정책포럼을 2박3일간 열었고, 성소수자 동아리가 물위로 나와 신입부원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A대위가 징역형을 받은 데 대해서도 학생대표들이 나와 비판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면서 “대학은 조금씩 변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꾸준히 말하며 싸우다보면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뤄낼 거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 15일 서울시청 맞은편 프레지던트 호텔 앞에서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대형 무지개 깃발이 선두다.(사진=이연희 기자)

장혜민 계원예술대학 총학생회장은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포스터 부착 거부 사건을 언급하며, 기독교대학에서 많은 성소수자 학생 동아리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혜민 회장은 “기독교대학에서 신념이 학생 기본 권리보다 우선되면 안 되며, 기독교가 혐오와 배격의 종교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는 대학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커밍아웃 후 당선된 백승목 성공회대 총학생회장도 참가했다. 백승목 회장은 “대학생사회에서 커밍아웃은 오래 되지 않았다. 커밍아웃 행위는 대학사회에서 정상이라 규범되는 이성애주의에서 존재를 알리고 공적 영역으로 들어가며, 규범을 비트는 의미”라면서 “성소수자들은 이제야 말하고 존재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여전히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심기용 대표는 “전국 지역 대학에 성소수자 모임이 있고 또 연대하고 있다”면서 “서울 외 지역에서도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을 밝히고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김보미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찾아와 이날 시민들이 성소수자 인권과 지지 연대한 데 감사를 표했다. 이날 행사장 내에도 각 대학 성소수자 모임의 부스가 마련됐다. △한양대 성소수자 동아리 ‘하이퀴어’ 및 한양성적소수자 인권위원회 △연세대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 △이화여대 성소수자모임 ‘GALAXY’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중앙대 성소수자인권동아리 ‘레인보우피쉬’ △경기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빅(QVIK)’ △단국대 성소수자 모임 ‘DKUeers’ △동국대 성소수자 동아리 ‘큗’ & 대학 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서울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임 ‘슉(SwuQ)’ △성공회대 퀴어모임 ‘레인(RaIN)’ △성균관대 성소수자모임 ‘퀴어홀릭’ △성신여대 성소수자모임 ‘Qrystal’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 △홍익대 중앙성소수자동아리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이 참가했다.

서울대, 이화여대, 성공회대, 동덕여대, KAIST, 연세대, 숙명여대, 경희대, 홍익대 등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깃발을 들고 참석했고, 중앙대와 동국대, 충남대, 서강대 등은 개별대학 학과나 모임에서 참여했다. 대학생 모임 연대로는 QUV와 보건의료학생연합 ‘매듭’이 찾았다.

동성결혼 또는 동거제도가 합법화된 15개 국가 대사관들은 물론,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가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과 녹색당 등 정당과 시민인권단체, 기독교 및 불교 관련 단체, 구글(Google)과 러쉬(LUSH) 등 다국적기업도 후원단체로 부스를 마련하고 참여했다.

▲ 1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대학 관련 부스들. 참여한 학생들은 후원금 모금을 위한 제품이나 음료를 판매했다.(사진=이연희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