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글루타민 뇌질환인 헌팅턴병 등 초기 치료제 개발 기대

▲ 왼쪽부터 황대희, 이성배 DGIST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손상혁) 연구팀이 무도병으로도 알려진 헌팅턴병 등 폴리글루타민 뇌질환의 초기 신경병리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 밝혀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DGIST는 이 대학 이성배 교수(뇌·인지과학전공) 연구팀과 황대희 교수(뉴바이올로지, 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공동으로 뇌신경세포(뉴런) 끝 수상돌기의 특이적 세포소기관인 골지체가 퇴행성 뇌질환에 미치는 초기 신경병리 기전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폴리글루타민 뇌질환(Polyglutamine disease)은 특정 유전자에 'CAG' 염기서열이 비정상적으로 반복·증폭돼 생기는 신경퇴행성 질환군이다. 정상적이라면 생성되지 않을 수준으로 폴리글루타민 단백질(Poly Q)이 크게 생성되며 독성을 나타낸다. 마치 춤을 추듯 통제되지 않는 움직임과 치매 등이 특징인 헌팅턴병이 대표적이다.

이 병은 유전병으로 발병 시기가 개인마다 다르나, 주로 중년(30~50대)에 일어난다.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뉴런 손상이 진행돼 손을 쓸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이 뇌질환이 초기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학계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 정상인과 퇴행성 뇌질환을 앓는 사람의 뇌신경세포를 비교한 모습. 연구팀은 수상돌기 특이적 골지체가 뇌신경세포의 형태적 변형을 유발해 초기 단계의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하는 기전을 규명했다.(사진=DGIST)

연구팀은 먼저 뇌신경세포에서 세포소기관 가운데 하나인 골지체 중 수상돌기 특이적 골지체가 퇴행성 뇌질환의 초기 신경병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어 다학제적 연구인 시스템 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전사인자 단백질 CrebA, CBP를 찾아냈다. Poly Q가 뉴런 유전자에 축적돼 이 단백질의 생성을 막고, 이를 통해 병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팀은 형태적으로 변형된 뇌신경세포 모델을 만들고, CrebA 유전자 과(過)발현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병든 뇌신경세포의 초기 신경병증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불어 CrebA와 상위인자인 CBP 등 독성 단백질에 의한 초기 신경병증에 관련된 전사인자들을 규명해 이들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성배 교수는 “뇌신경세포의 수상돌기 특이적 골지체가 퇴행성 뇌질환의 초기 신경병증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질병의 초기 단계를 회복함으로써 퇴행성 뇌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DGIST 정창근, 권민지씨 (뇌·인지과학, 석·박통합과정), 전근혜 삼성서울병원 전공의(가정의학과), IBS 현도영씨(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 박사과정)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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