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욱·코스쿤알리 교수팀 성과…21일 사이언스紙 게재

▲ 왼쪽부터 KAIST 연구진 최장욱, 코스쿤알리 교수와 공동1저자 최성훈, 권태우 대학원생(박사과정).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국내 연구팀이 작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기술인 '분자 도르래' 고분자 구조인 폴리로텍세인을 적용해 충전식 이차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실리콘 전극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IT기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하고, 고용량 전지가 필요한 전기자동차 이차전지의 핵심 원천 기술로 평가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1일 최장욱, 코스쿤 알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에너지·환경·물·지속가능성 대학원) 연구팀이 '고용량 이차전지 고분자 바인더'를 개발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 성과는 이 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리튬이온(Li+)을 에너지 매개로 하는 충전식 이차전지는 친환경 '스마트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핵심 전력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걸림돌이 돼 왔다.

현재 상용 리튬이차전지의 전극은 흑연 소재 음극이 쓰이고 있다. 대체제 후보인 실리콘 소재 음극은 흑연에 비해 리튬이온의 저장량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으나, 충전 과정에서 이온이 많이 저장된 만큼 부피가 300%나 늘어나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 전체가 벗겨져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충전, 방전을 많아야 수 회 정도밖에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회전축이 고정되지 않고 이동하는 도르래인 움직도르래에 착안, 고분자 사슬에 고리가 들어가 있는 형태의 거대분자 폴리로텍세인(Polyrotaxane) 구조의 분자 크기 이차전지 고분자 바인더를 개발했다. 바인더는 이차전지의 전극에 포함돼 실리콘 입자간 또는 집전체의 기판과 전극간의 접착을 돕는 소재다.

▲ 바인더의 작동원리. 충전의 경우 리튬이온이 삽입되면서 실리콘 입자가 부피 팽창한다. (방전의 경우 반대) 연구팀이 개발한 바인더는 걸리는 장력이 줄어들어 부피 팽창 중에도 실리콘 입자를 응집시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위) 이에 비해 기존 바인더의 경우 부피 팽창에 따른 장력이 고분자에 그대로 전달돼 쉽게 끊어지고, 분쇄된 실리콘 입자들이 붕괴된다.(아래)(사진=미래부)

움직도르래는 줄에 걸린 도르래의 개수에 비례해 줄에 걸리는 장력이 크게 낮아진다. 동일한 원리로 연구팀이 개발한 고분자 도르래 바인더는 실리콘 입자가 리튬이온을 받았을 때 팽창하면서 바인더에 걸리는 장력을 크게 감소시켜 준다. 더불어 이 바인더는 400%까지 늘어나는 우수한 탄력성을 보였다.

이로 인해 적어도 전극이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실리콘 입자가 분쇄되더라도 바인더의 높은 탄성이 입자를 다시 응집시켜 주는 것을 확인했다. 즉 리튬이온(전력)이 많이 충전, 방전되더라도 전극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 움직도르래와 분자 도르래 바인더의 구조. 우리가 보는 세계의 '움직도르래'는 도르래의 개수(n)가 증가할수록 2n에 비례해 줄에 걸리는 장력이 감소한다(위). 같은 원리를 갖는 분자 도르래인 폴리로텍세인(Polyrotaxane)은 폴리아크릴산(PAA)라는 기존 고분자에 화학적으로 가교돼 바인더에 걸리는 장력을 줄여준다.(사진=미래부)

연구팀은 상용 수준의 전극에 개발한 바인더를 이차전지에 적용했을 때 500회 이상의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전극의 용량도 상용 수준인 3밀리암페어아워/제곱센티미(mAh/cm2)를 유지했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의 수준을 상회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스토다트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개발해 작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폴리로텍세인 구조가 고용량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최초로 활용된 것이라는 학술적 의의도 갖는다.

최장욱 교수는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응용 연구를 진행할 때 기존의 기술을 뛰어 넘는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래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의 핵심 전극 기술로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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