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리 보장 위한 법 적용 대상에 대학 실험실은 제외

-건강 상 문제없는 대학 내 실험종료동물 입양 의무화 주장하는 목소리 커져
-교육부, “중복 규제 우려 있어… 신중한 검토 필요한 문제” 

▲ 한 실험기관에서 구조 직후 촬영한 비글의 모습.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실험동물의 생명을 중시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입양 의무화 등 다양한 제도가 논의되고 있지만 대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6년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 및 실험동물 사용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약 287만마리가 일반 기업체‧의료기관‧대학 등에서 진행된 실험에 이용됐다. 이 중 약 102만5000마리(35%)는 대학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이 동물들은 대부분 안락사 된다. 전라도 소재의 한 수의대학을 졸업한 A씨는 실험종료 후 동물들을 안락사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물실험을 해야 하는 대학들은 동물실험에 대해서 굉장히 폐쇄적”이라면서 “실험동물이 밖으로 내보내졌을 때 어떤 문제가 생겨 공론화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건강 상 문제가 없더라도 입양보다는 대부분 안락사를 시킨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동물실험 횟수가 연 8.7%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존 ‘동물보호법’ 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동물 복지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실험 후 건강상 문제가 없는 동물을 죽이지 않고 입양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실험에 쓰였더라도 충분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을 안락사 시키지 말고 입양을 보내자는 것이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대학에서는 실험동물이 반출된 후 문제가 생겨 학교 평판에 영향을 끼칠까봐 입양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며 “동물복지 선진국들처럼 교육기관이 중심이 돼 지역사회 혹은 시민단체와 실험동물 입양 시스템을 위해 협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세계적으로는 관련 제도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뉴욕‧미네소타‧캘리포니아 등 총 5개 주에서는 ‘비글법(Beagle Freedom Bill)’을 시행해 고등교육기관을 포함한 실험기관에서 실험 후 건강상태가 회복된 개나 고양이를 일반 가정에 분양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미국 뉴저지‧텍사스 등 9개 주에서도 유사한 법이 발의돼 입안 절차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동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일명 ‘실험동물지킴이법안’ 2종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서는 △무등록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동물 공급 금지 △실험동물 분양‧기증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도 지난 6월 실험시설 운영자‧관리자는 동물실험이 종료되면 실험동물의 건강진단을 실시해 일반인에게 분양되도록 하고, 실험동물운영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거나 심의사항을 심의하지 않았을 때 행정처분을 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 실험실은 이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대학 실험실은 교육부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기동민 의원실 관계자는 “대학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과 처리 과정에 대해 논의된 적은 있지만 교육부 소관이기 때문에 제재가 어렵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는 대학에서 국내 동물실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대표는 “반출될 수 있는 동물의 기준‧필요한 검사 목록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입양 시스템 도입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장 경상대 교수(수의학)는 “수의과대학을 제외하고도 실험동물을 이용하고 있는 학과들이 많은 상황에서 입양을 의무화시키기에는 동물 관리를 위한 별도 시설이나 인력이 필요한 만큼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실험동물 입양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수의학)는 “입양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각 단과대학에서 동물실험을 개별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입양은 수의학과가 담당하도록 일원화돼야 한다”며 ”그 과정을 통해 수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을 때만 입양이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는 이런 시스템이 아예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법적 제도 마련과 함께 대학에서 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동물들을 입양 보내는 과정에는 엄청난 품과 공이 드는데, 실험동물의 경우 특히 더 그렇다”며 “이런 어려움을 불사하고서라도 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하겠다는 인식 제고가 제도적 장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험동물 입양 제도 도입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과 동물보호법에 의해 각 대학 실험실에서 실험동물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부에서 별도로 규정을 만들면 중복 가능성이 있다”며 “대학 실험실에 대해 법률이 강제성을 띠지 못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보호단체들과 관련 규정‧사후처리 등에 관해 시각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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