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도입놓고 격렬한 논쟁 이어져

▲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수능 개편 공청회에서 수능 절대평가 여부를 두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각자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주현지 기자]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을 두고 열린 공청회에서는 절대평가 도입 여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발언 하나하나에 박수와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교육부는 11일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 공청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규민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2021학년도 수능이 개편돼야 하는 당위성을 밝히고 개편안 1안과 2안에 대해 설명했다. 개편안 1안은 국어‧수학‧탐구영역을 제외한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고 2안은 국어‧수학‧영어‧한국사‧통합사회 및 통합과학‧탐구‧제2외국어/한문 등 전 영역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지정토론에는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찬승 대표와 도봉고 송현섭 교감, 성균관대 안성진 교수(컴퓨터교육),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김선희 회장이 자리했다.

지정토론에서 이찬승 대표는 전면적 절대평가 도입을 찬성하면서도 현재 제시된 안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찬승 대표는 “절대평가가 돼도 9등급으로 나뉘면 무한경쟁은 계속될 것이며 1안으로 간다면 국어‧수학에 학습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며 “수능 절대평가의 전환 효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1~2년 미루더라도 제3의 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지정토론자들은 절대평가 전면 도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안성진 교수는 이미 정시가 26%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뒤늦게 학업에 뛰어드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절대평가 전면 도입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특히 절대평가로 전환한 후 내신을 활용하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안성진 교수는 “생활기록부는 한 번 기재되면 바꿀 수가 없는데 늦게 철든 학생들에게는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이미 학생부중심으로 학생들을 많이 뽑는데 20% 남짓인 이 비율도 학생부 중심으로 가는게 교육적 가치가 높은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현섭 교감은 “절대평가로 간다면 새로운 평가도구로 학생을 측정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돼있으니 서서히 해보자”며 “절대평가 전면 도입이 산적한 입시 문제를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절대평가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마주쳤다. 발언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발언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들로부터 박수 갈채가 쏟아지는 동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성을 지르며 격렬히 항의했다.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수능이 교육을 망치고 고교를 황폐화 시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학부모는 “수능이 암기식이라는 것은 15년 전 이야기이고 지금 수능은 사고력이 없으면 풀 수 없을 수준이다”며 “특히 수능이 절대평가되면 학종이 늘어날텐데 내신과 교과, 비교과 중심의 학종은 경쟁과 사교육비 문제를 더 심화 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토론회 형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청중은 “토론자로 나선 사람들이 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이런 토론을 하려면 고3 담임과 이 토론회를 주최한 교육부 관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토론회 주최한 입장에서 토론에 직접 나서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의견을 듣고자 토론자로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역별 수능 개편안 공청회는 이날 서울교대를 시작으로 △16일 호남권(전남대 대학본부 용봉홀) △18일 영남권(부경대 대학본부 2층 대회의실) △21일 충청권(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백마홀)에서 오후 4시부터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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