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 호황에도 공식적인 제도‧교육기관 전무

대학 내에 정규 교육과정 신설해 전문인력 양성 필요성 제기
무작정 외국 사례 모방하는 것 어려워…경제수준 고려해야

▲ 애완동물 시장은 호황을 맞으면서 수의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공식적인 제도나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무작정 외국 사례를 모방하기 보다는 우선 우리나라 시장 현황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아 동물병원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전문적인 수의간호사를 육성할 수 있는 국가공인자격증과 교육기관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동물병원 사업체 수는 2011년 3208개, 2013년 3521개, 2015년 3772개로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따라 동물간호 인력 수요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는 동물간호 인력을 적절하게 육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과 공인인증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후장 경상대 교수(수의학)는 “현재 수의간호사 제도나 국가공인자격증이 없어 관련 인재를 전문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일반적으로 접수‧상담‧진료지원‧검사‧약무관리 등의 간단한 업무를 맡는 수의테크니션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면허나 자격증이 없어 채혈을 하거나 주사를 놓는다면 불법이다. 이 때문에 간단한 의료행위까지 수의사들이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격하게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교육기관이나 공인인증자격증을 제도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일본 등 반려동물 시장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의간호사 제도가 정착한지 오래다. 대학에는 수의간호사 육성을 위한 미생물‧유전‧해부‧치과‧마취 등 교과목이 관련 학과 교육과정에 개설돼 있고, 이를 이수한 수의간호사들은 엑스레이(X-ray)‧스케일링‧주사 등 의료시술을 할 수 있다. 수의간호사가 간단한 진료나 보조 업무를 맡고 수의사들이 연구나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체계다.

일각에서는 수의간호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이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의과대학 내에 수의간호학과 정규과정을 개설하거나 수의과대학과 연계한 수의간호사 전문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제도 도입을 두고 찬반논란이 거세다. 명보영 수의사(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는 “외국에서는 관련 교육이 모두 정비된 상황이기 때문에 수의간호사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의료 시술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스케일링‧주사 등 위험한 침습적 행위는 수의사의 시술범위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후장 경상대 교수는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친다면 수의간호사 제도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동물의료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도가 실효성을 띠려면 국내 동물의료 시장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수의학)는 “미국에서는 동물병원을 개업하면 의사의 최소 연봉이 1억원부터 시작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다. 미국 시장에서는 공식 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충분히 고용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경제수준과 시장 규모에서 수의간호사 제도를 도입했을 때의 실효성을 고려해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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