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경쟁구도 심화돼 권역별 하위대학 불만 고조

수도권 “경인지역 대학들, 지자체별 쿼터 필요”
충청권 “1주기 악몽 재현될까 우려”
동남권 “국립대 많은 환경…자율개선대학 수 늘려야”

[한국대학신문 윤솔지‧이지희‧장진희 기자]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권역별 평가가 도입됐다. 전국 대학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눴던 1주기와는 달리 5개 권역인 △수도권 △충청 △호남‧제주 △대경강원권(대구‧경북‧강원) △동남권(부산‧울산‧경남)으로 나눠진다.

교육부는 지역 형평성과 특성을 고려해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대학이 규모나 평가 지표면에서 수도권의 대형 대학과 함께 평가받기 불리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평가 방식에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수도권과 충청권, 동남권, 대구경북지역은 호남제주권과 강원지역보다 대학이 밀집된 지역이다. 비슷한 몸집과 역량의 대학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평가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불이익을 받기 쉽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다. 대학들은 권역 재분리와 규모별 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시안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루트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

■수도권 권역 분리…인서울 하위권도 ‘경쟁 부담’ 느껴=수도권 권역으로는 서울ㆍ경기ㆍ인천 지역이 묶였다. 전체 대학의 35%가 수도권에 밀집된 만큼 이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권역별 평가를 두고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내 대학들은 권역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갑자 인하대 기획부처장은 “수도권지역 대학이 얼추 80여 개 된다. 다른 권역은 30~40개교 수준인 데 비하면 밀집도가 높은 것”이라며 “이번 평가 때도 수도권은 서울, 인천 지역을 나눠야 한다. 교육부 사업을 그렇게 나눈 전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 소재 A대 관계자는 “지난 1주기 때 B등급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경인지역이 불이익을 받았다. 지역이 분리될 수 있다면 그나마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권 대학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종길 성결대 전 기획처장은 “이대로라면 당연히 중소규모의 경기권 대학들은 꼼짝없이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학생 수요에 대한 고려는 안 하는 것 같다. 우리 대학은 이미 신입생 충원율이 100%를 넘는다. 수요가 모자라는 대학 정원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모 협성대 기획처장도 “우리 대학은 아주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교육 역시 비수도권 대학들을 우대할 것이 아니고 시장논리에 의해 자유경쟁 시켜야 한다”며 “서울 지역과 경기‧인천 지역을 분리해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서울 내 하위권 대학들도 평가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A 대학 기획처장은 “수도권 대학 중 워낙 규모가 큰 대학들이 많아 중소규모 사립대로서는 경쟁이 부담스럽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B 대학 관계자는 이 대학의 처지를 역차별의 대표 케이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인서울이지만 하위권인데다가 대학 규모가 작아 지표면에서 대형 대학과 비교가 힘들다. 우리 대학은 다른 학교로 편입하는 학생들도 많고 법인 전입금 지표를 맞추기도 어렵다. 자체 노력해서 개선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C 대학의 부총장은 “대학별 규모를 반영하지 않고 섞어서 권역만 나눠 평가하니 무척 부담스럽다. 작은 대학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번 평가도 물량 위주의 평가가 될 것 같다. 대학구조조정의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평가를 빙자해 정원감축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비등한 충청권 “사실상 최대 피해자”…국립대와의 경쟁도 우려= 충청지역 대학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병준 세명대 기획부장은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이 최대 피해자가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수도권은 일단 학생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도 학생 모집에 문제가 없다. 충청권은 재학생 충원율에서 크게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세부적인 지표에서 지방 사립대의 사정을 고려할만한 지역균형발전 측면의 지표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지난 1주기 때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상태 호서대 기획처장은 “1주기 때 충청권 대학들이 D등급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다들 충청권을 피해를 많이 본 지역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충청권 내 국립대와의 경쟁도 꺼리는 분위기다. 정병현 우송대 기획처장은 “국립대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립대하고 사립대하고는 사실 경쟁 대상조차 안 된다. 국립대는 정부재정지원 등으로 이미 갖춰놓을 건 다 갖춘 상태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진욱 배재대 기획처장도 “원안대로 간다면 충청권 중하위권 사립대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역별 구분만이 아니라 규모별 평가 카테고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성철 남서울대 기획실장은 “권역별 평가의 취지는 좋지만 지역 사회에 따라서 대학의 형태가 다양한 것도 고려돼야 한다. 충청권 대학들은 그 안에서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권역별로 봤을 때 제일 불리하다”며 “일괄적인 잣대보다는 약간의 차등의 기준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완 순천향대 기획처장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같은 권역에서 단합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교 개별적으로는 교육부에 의견 개진할 것”이라며 “대학마다 사정이 달라 충청권이 연합해서 의견을 제시하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타‧동남권 “지역 내 경쟁구도 부담” “자율개선대학 비율 높여야”=이외 지역 대학들의 반응은 어떨까. 다른 지역 대학들도 권역별 평가가 일부 지역 대학에 불리해진다는 데 공감했다. 대경강원권인 계명대의 하영석 기획정보처장은 “특정 권역에 우수한 대학이 몰려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평가가 진행되면 여건이 건실해도 불이익을 받는 대학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밀집 지역인 동남권역 대학 관계자들도 우려를 표했다. 홍순구 동아대 기획처장은 “정부 방침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동남권역에는 대학도 많고 국립대도 많아 우리에게는 불공정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대학의 이해관계를 다 맞출 수는 없지만 동남권처럼 우수한 대학이 많은 지역은 자율개선대학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시장 수요를 감안한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며 “지방대는 재정에서 압박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자율성을 줘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응주 동명대 기획처장은 “고등교육균형발전의 큰 취지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원래대로 수도권, 비수도권만 나눠 평가해야 한다.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권역별 세분화 평가는 반대”라며 “동남권 대학 중 1주기 때 C등급 이상 받은 대학이 대다수다. 역량을 갖춘 대학들끼리 경쟁시키면 진짜 부실한 대학을 걸러내는 것이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지역대학끼리 경쟁하게 된 만큼 지역대학 간 네트워크에 균열이 생길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재륜 부산외대 기획처장은 “그동안 동남권 대학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해왔는데 앞으로는 경쟁 구도로 돌아서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매머드급 국공립대와 경쟁해야 한다”며 “국공립대는 교수도 많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교육비 환원율에서도 중소규모 사립대와는 차이가 난다. 지방대학을 키우기 위해 권역별로 세분화한 것은 공감하지만 그 범위를 다소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경쟁이 느슨해졌다는 평을 받은 호남지역 대학들은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의 D대학 관계자는 “호남‧제주권도 지역 안에서 경쟁하려면 대학들이 다들 쟁쟁하다. 지방도 국립대나 큰 대학들은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겠지만 중소 대학들은 여전히 고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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