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인원 많은 행복기숙사 입주 이후, 대학가 임대업자들 ‘한숨’

임대업자 “행복기숙사 취지는 공감하지만…생계 위협”
대학 “피해규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협조 선행돼야”
주거전문가 “갈등 해결하려면 공공의 역할 중요해”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20%도 미치지 못하는 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2016년 수도권 87개교 19.3%). 사회적으로도 꾸준한 숙제거리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임기 내 대학 기숙사를 확대해 5만명을 추가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숙사 확대 및 제공으로 자취하는 대학생들의 주거권 보장은 물론 안전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각 대학 기숙사 증축과 행복기숙사(연합기숙사) 설립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그러나 초기 기숙사 설립 허가부터 학생 입주까지 과정은 순탄치가 않다. 지역 사회와 대학은 끊임없이 기숙사를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주민들과 임대업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기숙사 결사반대”를 외친다. △지역사회 치안 △집값 하락 △교통 혼잡 등이 그 이유다.

그중 주된 이유의 하나로는 ‘임대업의 쇠퇴’가 있다. 기숙사가 확대되면 늘어난 수용 인원만큼 지역 임대업자들이 ‘고객’을 뺏겨 결국 생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기숙사 건립 초기에는 어느 정도 피해가 날지 양측 모두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없었다. 취재 결과, 실제로 기숙사와 지역 임대업 간의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존재했다.

▲ 올해 2학기 입주를 완료한 경희대 행복기숙사 (사진=윤솔지 기자)

경희대 서울캠퍼스 행복기숙사와 한양대 서울캠퍼스의 제5학생생활관은 올해 완공돼 각각 최근 8월과 지난 2월에 학생들이 입주했다. 수용인원은 한양대 생활관은 398명, 경희대 행복기숙사는 926명이다.

기자는 개강 시즌인 9월 초 두 대학 인근 부동산 5곳을 찾았다. 

▲ 대학 인근 주택가 모습 (사진=윤솔지 기자)

경희대 후문 쪽 B 부동산 관계자는 새 학기 들어 예년보다 계약 건수가 30%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타격이 굉장히 크다. 이 동네 부동산 업자들은 다 그렇게 느낄 것”이라며 “근방 주거업이 와해될 것이라는 걱정도 한다”고 말했다.

B 부동산에서 두 블록 떨어진 C 부동산 중개업자도 “집 보러 오는 학생이 확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중개업자는 “공실의 데미지가 크다. 잘 나가던 방 10개 중 2개 꼴로 공실이다. 아마 내년 1~2월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며 “부동산 업자인 우리도 이렇게 체감하는데 세를 주는 집주인들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근처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마찬가지다. D 부동산 장모씨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말도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장씨는 “수십 년 간 이 근처에 빈방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올해 들어서 방이 남은 건 처음이다. 기존 학생들은 둘째 치더라도 새로운 학생들이 안 온다. 행복 기숙사 취지는 좋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결국 그것도 학교에서 장사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숙사를 짓는다고 하면 그 때는 임대업자들이 연합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낮에 손님이 없어 자리만 지키고 있던 E 부동산 이모씨도 “제5생활관 수용 인원이 400명인데 딱 그만큼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가 주변 부동산 업자들은 기숙사 설립과 확대가 주변 임대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사용승인 신청을 내기 전 임대업자 단체에 피해 금액과 규모에 관련해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며 “8월 초까지 자료는 물론 회신도 안 와서 기다리다 못해 사용승인 신청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협의를 하려면 여러 행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임대업자 측에서 응하거나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

임대업자의 생계와 대학생들의 주거권 보장은 공존할 수 없는 문제일까.

박갑식 사학진흥재단 기금사업본부장은 “공공기숙사 경우 해당 학교가 주체가 돼 적극적으로 타협점을 만들어야 한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탈락한 학생들을 임대업자들에게 우선 추천해준다던지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

또 박 본부장은 주거환경 자체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오래되고 낡은 원룸은 학생들이 찾지 않는다. 임대업자들도 낙후된 시설 개선에 나서야 한다. 원룸 가격도 합리적인 선에서 낮추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주거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 관계자는 “한국사회에서는 집을 둘러싼 욕망이 크다. 사회보장이 약하다보니 집이 하나의 노후 보장 수단이 돼 매우 중요해진다”며 “임대업자와 대학 간의 갈등이 첨예한 이해 관계로 얽혀 있다면 공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공공이 나서 임대업자와 사회적 협의를 하거나 서울 내 대학가 임대료를 적절하게 규율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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