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상률에 국립대·사립대 “부족하다” 한 목소리

핵심은 파이 늘리기, “정권의 문제 아닌 기재부와의 싸움”

▲ 2018년도 교육부 예산안. 기대보다 낮은 0.2% 증액에 대학가는 아쉬움을 표했다.(사진 = 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이지희 기자]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도 고등교육 분야 예산안에 대학가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낮은 인상률에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 추가 증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총 68조188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 중 고등교육 분야는 9조4417억원으로 지난해 9조4253억원에 비해 164억원, 겨우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국립대혁신지원사업(PoINT)’에 1000억원이 몰려 있어 전반적인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비에서 국립대만 지원하는게 있고 국공사립대를 지원하는 사업비가 있는데 국립대 지원하는 경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국공사립대에 지원하던 경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제로섬과 똑같다. 국립대가 늘어났다면 그만큼 사립대는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공사립대 모두 지원했던 특수목적사업비는 모두 삭감됐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고등교육 사업이던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사업과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사업 등이 포함된 사회수요맞춤형 인재 양성 예산은 올해 2764억원에서 내년도 2349억원으로 415억원이 삭감됐다. 산학협력 고도화 지원 비용도 390억원이 감액됐으며 ‘모범 사업’이라고 불리던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사업마저도 4억원이 감소했다.

국립대에서도 불만은 터져나왔다. 대학 수와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예산이 턱없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9개 거점국립대에 총 590억원을, 지역중심국립대와 교대 등 30개 대학에는 396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영남지역 한 거점국립대 기획처장은 “한 대학 당 평균 60억원 정도인데 LINC나 PRIME사업 정도의 규모라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 ”이라며 “교육 공공성과 지방거점국립대를 육성하겠다는게 정부의 기조였는데 그런 부분에 예산이 많이 배정안돼 아쉽다”고 전했다.

충청권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예산 규모에서 거점국립대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지방 안에서도 거점대와 비거점대 간 차이가 또 생겨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낮은 지원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기준 OECD국가의 고등교육 투자 평균 비율은 GDP 대비 1.1%였으나 우리나라는 0.9%에 그쳤다. 그나마도 국가장학금에 약 4조원이 투입돼 있다. IMF가 밝힌 2017년 우리나라 GDP는 약 1400조원으로, OECD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약 15조원의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던 새 정부의 기조에 비춰보면 아쉬움은 더욱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지원을 공약했다. 국립대 네트워크 체제 지원에 2조2826억원, 공영형 사립대학 운영에 1조1889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임기 내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고등교육이 후순위 사업이라 그런지 내년도에 관련 사업 예산이 반영 안됐다”며 “당장 내년에는 사업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정부보다는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도 교육부가 기획재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후문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한 전문가는 “대학에 가는 걸 자꾸 사적 재원이라고 생각해 본인이 필요해서 간 대학인데 왜 국가가 지원하냐는 시각이 기재부 관료들에게 깊게 깔려있는 것 같다”며 “우려스러운건 대선 공약 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기재부에서 그에 걸맞는 돈을 예산에 편성할 것이냐다.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기재부와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