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맞은 대학가에 순수학문 과목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따라 취업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순수학문 폐강이 속출하고 있는 것.

현재 각 대학별로 수강신청 정정기간 중이나 서강대의 경우 '18세기 불문학', '불문학세미나', '한국사 특강' 등이 폐강되었으며 '철학적 심리', '중국철학사' 등 철학 과목과 종교 관련 과목이 속속 폐강되고 있다. 이 대학 독문학과와 불문학과 일부 전공과목의 경우도 극히 적은 +인원이 수강신청을 한 상태다.

이화여대도 전공별로 일부 순수학문 과목과 실습과목이 폐강 또는 폐강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회통계와 사회조사방법론 등이 이미 폐강됐으며 중국현대명작감상 등 취업에 도움 안되는 과목도 지극히 적은 인원만이 수강신청을 한 상태다.

성균관대도 학문, 철학 등의 과목이 수강인원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이화여대의 경우 세계사회의 문화와 사회변동, 국제통상협력, 시민생활과 법 등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에 도움이 되는 신설 과목에는 대거 학생이 몰리고 있으며 연세대도 헌법학 등 각종 고시관련 과목에 수강생이 몰리기는 마찬가지 형편이다.

성균관대도 올해 들어 경영학, 경제학, 신문방송학, 영문학 등 실속 있는 학과의 전공 과목에 수강생이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윤 중앙대 교수(무역학)는 "학생들이 취업이나 자격증 취득에만 골몰하는 일은 우려할 만하다"며 "그러나 이렇게 된 데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학생들을 부추긴 교수나 대학당국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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