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주세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한국대학신문 윤솔지 기자] 직접 꽃팔찌를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일명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주세요’ 프로젝트. 가정 학대를 당한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해 각기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6명의 대학생들이 뭉쳤다.

길음역 근처 한 카페에서 프로젝트 팀장을 맡고 있는 홍채영씨(26, 국민대 언론정보4)를 만났다. 꽃처럼 화사한 붉은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홍씨의 어깨에는 정체모를 커다란 검은 가방이 걸려 있었다. 그 안에는 비즈, 끈, 브로치, 펜치 등 모두 팔찌를 만들 재료들이 담겨 있었다. 스스로를 ‘오지라퍼’로 소개하며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 홍씨는 틈이 나는 대로 팀원들과 모여 팔찌를 만들고 회의를 한다.

▲ 대학생 홍채영씨

“원래는 연합 대외활동에서 MD 상품을 기획했어요. 그러다 ‘지호 사건’을 알게 된 거죠.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돈을 버는 대신 지호 같은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을 마련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호 사건’. 엄마의 동거남에게 폭행을 당한 5살 아이는 고환과 안구를 잃었다. 아직 살아갈 날이 까마득하지만 아이는 치료를 받는 것조차 어렵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은 가정에서 일어나요. 사후 치료가 필요하지만 피해 아동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 학대가 일어나면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거나 그룹홈, 지역 아동 센터 같은 곳에 위탁을 하게 돼요. 대개 재정이 부족한 곳이죠. 이를 후원하기 위해 모금 운동에 나섰어요”

프로젝트는 직접 제작한 팔찌를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팔찌의 정중앙에 위치한 투명한 브로치 안에는 노란 압화가 들어있다. 얇지만 단단하게 이어진 끈들이 ‘소원팔찌’의 모양을 연상케 한다.

“노란 꽃은 복수초인데 꽃말이 ‘아픈 추억과 영원한 행복’이에요. 피해 아동들의 상황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행복을 바라는 뜻에서 선택했어요. 팔찌는 쉽게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이잖아요. 볼 때마다 그 뜻을 생각하자는 의도로 제작했어요. 최근엔 뿌듯했던 일도 있었어요. 팔찌를 구입한 한 분이 자신도 아동학대 피해자라며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는 폭력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댓글을 올렸어요. 감동이었어요”

팔찌뿐만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모금 운동도 진행한다.

▲ 노란 압화가 담긴 팔찌

“피해 아동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대중에게도 인식시키고 공감을 얻을 수 있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후원으로도 이어질 거라는 기대를 해요. 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동 학대에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약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해지고 폭력이 점차 당연시 되는 오늘날의 사회상. 이들의 프로젝트는 보호받아야 할 약한 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이리저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찾았지만 비싼 수수료 때문에 포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지금은 텀블벅이라는 비교적 수수료가 낮은 사이트에서 팔찌를 판매하고 있다. 그마저도 사람들이 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 SNS 계정으로 알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우선 팀원들이 개인 사비를 모아 재료비나 프로그램 진행비를 충당하고 있어요. 나중에 후원금이 모이면 재료비만 제외하고 전액 기부할 생각이에요. 아동학대예방협회도 상황은 열악한 편이에요. 장소도 협소하고 정부 지원금도 잘 나오지 않아서 제약이 많은 걸로 알아요”

심리상담 봉사를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싶다는 홍채영씨. 그는 여러 다른 프로젝트를 통해서라도 부모 교육에 대한 의식이 퍼져야 한다며 다부진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또래 대학생들에게도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일에 함께 동참하자고 제안했다.

“대학생 때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스펙 쌓는 것도 좋지만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 말이죠. 대학생들의 활동을 정치적 잣대나 편견으로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순 있어요. 하지만 그것에 굴하지 않고 뭔가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해요. 저희 팀의 프로젝트도 하나의 자소서용 스펙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줄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어요”

올 하반기에는 국민대 사회과학대학 차원에서 아동학대 근절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기획돼 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확정되진 않았다. 이들의 활동을 지켜본 한 교수님이 힘을 보태주겠다며 제안한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프로젝트 2주 만에 목표치 1200%의 판매액도 냈다. 순항 중이다.  

“오늘은 팀원들끼리 만나서 팔찌 만드는 날이에요” 인터뷰가 끝나자 재료가 담긴 검은 가방을 든 홍채영씨가 일어서며 노란꽃처럼 환히 웃었다.  

▲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주세요' 프로젝트 팀 6명. △팀장 홍채영(국민대) △부팀장 김준영(경희대), 최정인(한국외대) △팀원 이상혁(협성대), 김은민(중앙대), 이하림(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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