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중국 안 받고 미국은 실비 수준,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

출처와 용도 불분명 “문제있다” 지적
열악한 재정지원이 근본적 문제 “근시안적 대책보다 근본적 접근 필요” 목소리 나와

▲ 지난 8일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의 장소 앞에서 학생을 포함한 시민단체가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사진 = 구무서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대학 입학금을 둘러싼 논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학생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입학금 폐지 주장이 줄곧 제기되고, 문재인정부는 입학금 폐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입학금 폐지 문제가 거론되고 , 사립대는 즉각 폐지는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2016년 한 해에만 입학금 관련 법안이 5개가 발의됐으며 입학금 반환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 해외 사례 살펴보니…일본 말곤 입학금 걷는 나라 없어 = 고등교육이 발전한 주요 국가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처럼 입학금을 걷는 사례가 드물었다.

등록금 개념이 없는 독일은 입학금 역시 걷지 않는다. 대신 매학기 학생으로서 권리의 대가인 사회기여금을 15만원~20만원 정도 낸다. 이 금액에는 도서관 이용과 대중교통 할인 등 학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 역시 입학금을 받지 않는다.

미국도 입학금 제도는 없다. 다만 학생들이 신입생으로서 필요한 절차와 받아야 하는 각종 서비스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한다. 신입생 1인당 약 50달러에서 500달러까지 부과된다. 주로 목적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는 실비 수준이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도 고등교육 유료화 정책 전환 이후 등록금은 받고 있으나 입학금은 별도로 받지 않는다. 북경대, 인민대, 청화대 등 중국의 주요 명문대학들은 입학금이 따로 없다. 싱가포르와 대만도 특정 서비스에 의한 ‘수수료’는 받지만 입학금은 없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는 일본이다. 지난 2013년 한국장학재단이 조사한 ‘학자금 부담 완화 방안 모색을 위한 대학 입학금 현황 조사 연구’쟈료를 보면 일본 대학의 입학금은 부과 근거가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고 역사‧문화적 전통에 따라 부과한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대학이라는 조직에 속할 자격을 부여 받는 것에 대한 사례를 표하는 일종이 입회비라는 것이다.

올해 초 일본 히코미즈노 대학에 입학한 이예진씨는 “입학금 100만원을 냈으며 어디에 쓰는지는 따로 알려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입학금을 받게 된 배경은 명확하지 않다. 위 조사자료에 의하면 지난 1951년 문교부령으로 제정된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정’에 처음으로 입학금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지만 왜 입학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입학금 문화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위 연구의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한 우명숙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률적 모호성, 불분명한 용도…지속되는 논란 = 국내에서 입학금을 둘러싼 논쟁은 법률적 근거와 용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의하면 입학금은 고등교육법 제11조 제1항에 의해 납부금에 포함돼 징수되나 징수 목적과 산정 근거는 규정돼 있지 않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 제4항에도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 명시했을뿐 세부 내용은 없다.

법률적으로 모호함에도 징수한 입학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지난해 청년참여연대가 전국 34개 대학을 대상으로 입학금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으나 대학은 입학금을 산정하게 된 구체적 비용 추계자료와 산정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입학금은 최고 102만원에 달하는 등 천차만별이다. 일부 대학은 입학금이 0원인 곳도 있어 학생들은 정확한 사유를 알지 못한 채 다니게 되는 대학에 따라 제각각 입학금을 내는 셈이다.

▲ 사립대학의 입학금 및 등록금 인상률과 물가상승률 비교표

■ 원인은 열악한 사립대 재정 “재정지원 등 근본적 대책 필요” 주장도 = 대학가에서는 입학금이 대학에 대한 낮은 재정지원과 연관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위에서 참고한 동일 연구자료에 의하면 사립대 입학금 인상률은 2001년부터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2012년에는 오히려 인하했으나 이후에는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등록금 대비 입학금 비율 역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낮아지다가 2012년부터 증가했다.

2012년은 이명박정부에서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던 시기다. 이명박정부는 국가장학금의 유형을 둘로 나눠 Ⅱ유형은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해야 지원하도록 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등록금을 낮추면서 발생한 재정손실을 입학금을 통해 메우려 했다는 분석이다. 해당 연구에서도 “사립대학에서 등록금 대비 입학금 비율이 2012년부터 다시 증가한 것은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열약한 지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기준 고등교육 과정에서 GDP 대비 우리나라의 정부부담 비율은 0.8%에 그쳤고 이마저도 국가장학금 재원을 제외하면 0.47% 수준이다. OECD 평균이 1.2%, 입학금을 받지 않는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2%, 1.3%다. 심지어 이 나라들은 민간부담이 각각 0%, 0.2%에 달해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사립대에 고등교육 역할을 떠맡기면서도 재원 조달에는 국가장학금Ⅱ 유형과 같이 제재만 가할 뿐 지원은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8일 사립대학총장협의회도 “입학금 폐지에 따른 재정 지원 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입학금 폐지와 더불어 근본적 문제인 대학 재정 문제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학금 현황 조사 연구의 연구책임자였던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입학금 폐지도 필요한 정책이지만 대학이 이를 보전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재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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