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성평등 교육 여가부 지침만 따르는 수준”

전문가들 “학생지도 할 예비 교사 성평등 인식 교육 필요해”

▲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전경.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남학생들이 성인물에 나오는 신음소리를 따라하며 여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일도 있습니다. 또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너 게이 아냐?' 이런 말은 아주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죠."- 김경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장

"학생들이 게임 참가자 중 여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자 '역시 여자들은 게임을 못해, XX년들' 같은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목격한 적도 있어요."- 서한솔 초등성평등연구회 대표(상천초 교사)

최근 초등학생들은 SNS를 통해 여성 및 성소수자 혐오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성평등 인식을 지도할 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예비 교사 양성소인 교육대학에서 관련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되레 위례별초의 한 교사는 페미니즘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어 성평등 교육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사들이 반드시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한솔 초등성평등연구회 대표(상천초 교사)는 "최근 아이들이 유튜브, 아프리카TV 같은 SNS 채널에서 진행자들이 사용하는 혐오표현들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쓴다. 이런 문화가 멋있고 '쿨'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이처럼 초중등 교사가 성과 젠더에 대해 적절하게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기관인 교대에서는 예비 교사 성교육 프로그램 및 교과목 운영에 미흡한 모습이다.

여성가족부의 지침인 대학생 성폭력 예방 교육 외에 교원으로서 받아야 할 성평등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대는 대구교대가 유일했다. 대구교대의 경우,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인지감수성 함양을 위한 집단상담’을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배운다. 또 또래집단과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교대’라고 해서 여가부 방침의 필수교육 외에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교대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따로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예비 교사를 양성하는 특수목적 대학이기 때문에 최대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경인교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공윤정 경인교대 양성평등센터장은 “다문화교육에서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한 접근방법을 가르치면서 한 축으로 성평등 문제를 다루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아이들을 적절하게 교육시키기 위해 교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정화 경인교대 교수(사회과교육)는 교과목 운영을 통해 성평등 인식 교육에 앞장서는 대학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학에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제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예비 교사들에게 어떻게 성평등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최지연 한국교원대 교수도 예비 교사들의 성평등 인식을 길러줄 수 있는 교과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과목은 물론이고 교양과목에서도 성평등 이슈에 대해 어떻게 교육해야하는지를 가르치는 과목은 많지 않다”며 “교대생들의 교육과정이 사회적 요구에 따라 현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애 전교조 여성위원장도 교사들이 성차별의 근본적인 원인과 성평등 인식 함양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까지 교사들은 성평등 이슈에 대해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부적절한 언행을 하더라도 이게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교사도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에서 성평등 이슈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는 “예비 교사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교육 필요성 자체에 공감하지 못하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대라는 특수성이 성평등 교육에 대한 부재를 초래했다고 보는 의견도 제시됐다. 설 교수는 “교대는 다른 종합대학과 비교했을 때 교육과정이 빈틈없이 짜여있다”며 “성평등 교육에 대한 과목을 따로 개설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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