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공기업 채용 방식 변화로 사교육비 부담 증가해”
대학들은 NCS 활용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 대응 소극적

▲ 한 NCS 학원의 블라인드 채용 관련 설명회 개최 안내문.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블라인드 채용 도입 취지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 것 같아 한 편으론 씁쓸합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생 ㄱ씨는 ‘공준생(공기업 취업 준비생)’이다. 그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성적과 전공 필기시험을 위해 온·오프라인 강의를 수강 중이다. ㄱ씨는 올 하반기 취업을 목표로 지난 7월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는데, 두 달 새 사교육 시장에 들인 비용은 100여 만원에 이른다. ㄱ씨는 블라인드 채용 이후 NCS 및 전공 시험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호소했다. 스터디 조원들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학벌·스펙 대신 능력만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이 하반기 공기업 채용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스펙 대신 시험이 NCS 및 전공 시험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사교육 시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면접 등 다른 평가항목에 대한 부담도 덩달아 커져 학생들의 어깨가 무겁다.

실제로 학원 관계자들은 블라인드 채용 이후 상대적으로 NCS 비중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NCS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수강율이 대폭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해커스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학생들이 채용 방식이 바뀌다보니 NCS 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했다”며 “영업 비밀이라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어려우나 확실히 예년에 비해 사교육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에듀윌 관계자도 “블라인드 채용 이후 NCS 강좌에 대한 문의가 증가했다”며 “강좌수가 크게 늘진 않았지만 수강율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NCS에 대한 관심은 서점가에서도 나타난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NCS 수험도서는 8만4615권이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4%(2만7965권)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 YES24도 상반기 NCS 관련 도서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67.9%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대학들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사교육 수요를 학내 교육으로 돌리는 데 소극적이다. 경희대 취업진로처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갑작스럽게 적용된 감이 있어 아직 공기업 취업만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대학들이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예산 문제로 관련 강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서 학생들의 공기업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사설 학원 강사들이 불안감을 조성하다 보니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에는 NCS 관련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예산 분배에서 우선 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인지한 대학도 있다. 동국대 취업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의 자비 부담을 없애기 위해 대학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돼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채용 변화에 따라 교육을 프로그램 수를 늘리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