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범 오산대학교 교수(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은 단연 일자리 중심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고등직업교육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된 지난 7월 이후 전문대학가에서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보다도 후퇴했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정책의 방향성은 물론 구체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고등직업교육이 탄탄한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일자리 정책의 선순환 역시 불가능하다. 본지는 일자리 중심 정책의 기반으로 꼽히는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문재인정부의 정책 점검 및 제언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이전보다 후퇴한 문재인정부의 ‘고등직업교육’ 정책
② 4차 산업혁명 대응 위해 ‘수업연한 다양화’ 필요
③ ‘현장실습체제 강화’로 실무중심 직업교육 다져야
④ 날로 어려워지는 전문대학 ‘재정’…그 해법은?
⑤ ‘기울어진 운동장’ 정부재정지원 배분 방식 개선해야
⑥ 평생교육 ‘따로’ 직업교육 ‘따로’?…컨트롤타워 필요
⑦ 직업교육 활성화?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이 ‘답’
⑧ 전문가 간담회

▲ 김지범 교수

최근 전문대학은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 취업보장형 고교․전문대학 통합교육 육성사업(UniTech),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 육성사업(LINC+) 등 사회수요에 맞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 인력 미스매치 해소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2016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9%를 구성하고 있으며, 종사자수는 전체 고용의 87.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중소기업 인력 공급의 중심은 전문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2014 대졸자 직업이동경로 조사 기초분석보고서(고용정보원, 2016)>에 의하면 50명 미만 사업체 종사 비율은 전문대학 62.7%, 일반대학 49.7%로 전문대학 졸업자의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이 전문대학은 전문직업인을 양성하여 우리나라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문대학이 처한 재정여건은 일반대학과 OECD 평균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대학 총재정수입은 2011년 이후 계속적으로 증가해 겉으로 보기에는 살림살이가 좋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 으로 인한 국가장학금제도의 착시 효과이다. 반값등록금 정책 이후 5년째(2011년~2015년) 사립 전문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학생 수 감소와 등록금 인하 및 동결 압력으로 3조193억원(2011년)에서 2조7574억원(2015년)으로 재정수입은 2619억원 감소(–8.7%)했지만,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국고보조금은 무려 8689억원 증가했다. 이 중 국가장학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된 후 다시 등록금 수입으로 이중 계산되어 총재정수입 규모만 증가시켰다. 실제로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총재정수입은 오히려 감소했지만 인건비와 대학운영비 및 학생교육을 위한 지출은 계속 늘어났다. 등록금 수입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인건비 등록금의존율은 48.9%(2011년)에서 58.7%(2015년)로 9.8%p 상승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운영비용을 운영수익으로 나누어서 구하는 운영비율은 81.5%(2011년)에서 93.9%(2015년)로 무려 12.4%p 상승했으며, 학생 1인당 교육비는 680만원(2011년)에서 960만원(2015년)으로 280만원 상승해 사립 전문대학의 경영 여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2017)의 2017년 교육부 예산 분석 자료에 의하면 일반대학은 23개 사업이 지원돼 각 분야별로 다양한 지원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나, 전문대학은 단 3개로 참여 기회가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재학생 1인당 재정지원 수혜액은 일반대학 109만3000원, 전문대학 78만9000원으로 일반대학의 72.2%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지어 <OECD 교육통계 2016>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문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 9992불 보다 훨씬 낮은 5370불로 53.7%에 불과해 심각성이 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대졸 이상의 고용률은 73.9%(2011년)에서 꾸준히 늘어 2016년 76.8%으로 2.9%p 증가(동일기간 일반대졸 이상의 고용률은 2011년 75.6%에서 2016년 74.7%로 –0.9%p 감소)했다. 취업률은 2011년 67.8%에서 2015년 69.5%로 1.7%p 증가한 반면 일반대학 취업률은 65.5%(2011년)에서 64.4%(2015년)로 오히려 –1.1%p 감소해 취업률 격차는 2011년 2.3%p에서 2015년 5.1%p로 점점 더 벌어졌다. 이와 같이 전문대학은 열악한 경영환경과 교육환경 하에서도 높은 고용률과 취업률을 달성함으로써 입직연령을 낮추어 사회복지 실현에 기여함으로써 가성비 높은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대표적 특성은 빠른 속도이다. 교육현장에서도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이러한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기관의 주도와 기업 및 산업체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정부는 직업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경우 수년간 등록금 동결, 입학 정원 감축, 빈약한 재정지원 등으로 대학 재정이 열악해 적극적인 투자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재정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책무성 강화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교육재정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교육은 가장 유용하고도 유일한 사회적 신분 상승의 도구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업교육은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해 전 세계적으로도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OECD 국가의 전문대학(Tertiary-type B education) 등록금은 무상 또는 저렴한 편이면, 국ㆍ공립 및 정부 의존형 사립체제로 대부분 운영되고 있다. 멕시코, 미국, 중국, 독일, 스페인 등의 국가는 전문대학 학생의 80%이상이 국공립대학에 재학 중이다. 영국은 사립대학 비중이 높지만 전문대학 학생의 100%가 정부 의존형 사립대학에 재학 중이며 뉴질랜드 경우 50%는 국공립대학, 40%는 정부 의존형 사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다. 일본(8%)을 제외한 대부분 OECD국가에서 고등직업교육은 국가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OECD 2015). 따라서 선진형 고등교육체제의 전문대학 육성, 전문대학 재학생과 일반대학 재학생들의 재정지원 형평성 보장, 전문대학 교육의 질 제고, 전문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먼저 2017년 교육부 예산 기준 72.2%에 불과한 학생 1인당 재정지원액을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에 균등하게 지원하고, 현재 30% 수준인 정부 부담 공교육비 부담을 OECD 수준인 70%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전문대학 직업교육의 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 OECD 고등직업교육기관(Tertiary-type B education) 설립유형에 따른 재학생 수 비교

둘째,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 제도 도입을 통한 고등직업교육 복지 실현이다. 현장중심 직업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산업체 및 현장 전문가와의 교류·협력, 직업현장변화에 따른 주기적 교육내용 보완, 산업현장 맞춤형 실습 시설 및 기자재 설치 등 많은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하지만 등록금 동결, 정부재정지원 부족, 물가 및 인건비 상승에 의한 재정적 한계로 산업체 현장에 뒤쳐진 실습실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2015년 사립전문대학 등록금 수입 약 2조7000억원과 2017년 교육부 전문대학 재정지원 사업비 약 3500억원, 그리고 일반대학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약 3조~3조3000억원 규모의 고등직업교육교부금을 조성해 학습·고용·복지 연계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배움을 통한 고용과 복지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도의 폐지를 통한 대학 부담 완화이다. 대학구조개혁과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으로 많은 전문대학에서 계열 및 학과 조정 그리고 정원 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현행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도의 지급기준인 평균등록금과 1인당 교내 장학금을 계속해서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합리하다. 또한 대학의 자체노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학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받는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어 대학 간 불필요한 경쟁유발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그동안 대학정책을 유인하는 도구로 활용돼 왔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화가 이루어졌으므로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넷째, 고용보험 지원 확대이다. 현재 고용노동부 소속 폴리텍은 매년 평균 150억 정도의 고용보험기금을 미래 성장 동력학과 신설 및 개편 비용으로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의 경우 폴리텍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폴리텍과 유사한 비용을 특정 사업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학과 신설 및 개편 비용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여부는 청년들이 얼마나 첨단적인 지식을 갖고 취업을 해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사회 및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 직업교육 트랙에 진입하는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통한 사회적 사다리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평생직업 수요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필요에 따라 직업교육을 받음으로써 실업과 빈곤의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에 안정적 재원 확보 및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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