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철학의 눈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을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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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관 성균관대 교수(철학과)
▲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사진=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과학기술 발전은 중요하지만 악용된 사례가 많습니다. 제국주의와 결합했고, 사악한 자본주의와도 결합해왔죠.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도 이처럼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철학자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선입견에 치우친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공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4차 산업혁명을 철학자가 논하는 상황이 생경할 법도 하다.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는 그런 편견을 깨고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논하는 철학자다. 학교는 물론 기업과 정부기관에서의 강의로 바쁘다.

철학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선뜻 연결되지 않는다는 질문에 이종관 교수의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철학 중에서도 에드문트 후설(원어 이름)의 현상학을 공부했어요. 현상학적 입장에서 과학철학을 파고들었죠. 1986년도 독일에서 공부하던 시절 당시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를 목도하면서 현대 테크놀로지에 대해 반성하는 동시에 철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한껏 들떠있다.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이종관 교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우리가 흔히 독일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고 말하면서 기계를 어떻게 설비하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지 표면만 보고 있어요. 사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민의 좋은 삶, 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고민을 하고 있죠. 독일의 4차 산업혁명은 시민 참여 형태의 정치행정 시스템을 갖추고 사회 민주화를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린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죠.”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의 변질을 강하게 우려했다.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대박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어요. 자꾸 그런 방식으로 홍보되고 있죠.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까하는 꿈을 꾸기보다 개인의 탐욕에 바탕을 둔 허황된 꿈으로 변질되는 느낌이에요.”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의 무한정한 발전을 경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이 교수는 인터뷰 중간 중간 ‘토양과 목적’이란 조건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비전을 올바른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든든한 토양,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선한 목적 말이다. 이 같은 토양과 목적이 수반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건 현 시점에서 의미가 없어요. 상징적인 슬로건인 건 맞지만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키는 이슈로서 분명 힘이 있죠. 다만 내용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래의 비전으로 4차 산업혁명이 올바른 방향이라면 여기에 단순히 어떤 기술의 발전, 일부 자본가나 과학자들의 주도에 따라갈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의견과 수요를 담은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거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있는 대학가에도 이 같은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학은 사회의 기초 실력을 확보하는 연구를 하고 교육을 하는 장이 돼야 하지만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학이 마땅히 가져야 할 기초 실력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들을 학문적 미아로 만들고, 아마추어적인 잡동사니 지식만 습득하도록 만들고 있다. 대학마저 이런 트렌드에 조급하게 휩쓸려 가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서열주의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지금의 교육은 1, 2등을 구분하는 평가 시스템에 의해 자신을 열등화 시키고 있어요. 스스로를 스펙에 의해 조립된 하나의 부품으로 여기고 있죠. 취업은 거대 부품의 일부로 끼워 넣는 방식이 되고 있고요. 4차 산업혁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교육문화의 틀을 빨리 깨뜨려야 해요.”

이종관 교수는 본래 전공인 철학, 특히 인문학에 대한 비판도 던졌다. 그간 한국의 인문학은 자기의 현실이나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해외의 학문, 특히 영미 학문 수입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비판하고 성찰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능력을 갖지 못했다. 이 교수는 인문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홀대받는 배경에는 대학의 교육정책이나 인문학에 대한 몰이해도 있지만, 인문학 자체의 성찰도 부족했다고 자평한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에 편향될 경우 초래할 수 있는 양극화 등 사회적 비극을 막고 비판적 성찰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에 윤리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예요. 사회적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인간이 윤리적이지 못하면 인공지능도 비윤리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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