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오후 1시30분이 되면 단국대 천안캠퍼스의 인문대 대강당에는 이 대학 학생 1천7백여 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일시에 몰리는 것은 그 시간마다 뭔가 특별한 행사가 치러지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이 대학 신승철 교수 (46, +치과대 예방치과)가 강의하는 2학점짜리 교양과목 '구강관리법'의 수강생들이다.

1천7백여 명에 이르는 수강생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신 교수의 강의는 수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나의 '이벤트'에 가깝다.

그는 1백분 남짓한 강의를 위해 무려 1백20컷 이상의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다. 매주 그렇게 하다보면 한 학기 강의를 진행하는 데 소요되는 필름만도 1천여 컷이 넘는다. 또한 격주로 비디오 프로그램을 활용, 한 학기에 6편 정도의 비디오물을 사용한다.

이밖에 수업용 컴퓨터 프로그램이 플로피 디스켓으로 2개 분량이다. 그는 이 엄청난 규모의 강의를 지난 2학기부터 시작, 이번 학기까지 총 5학기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숫자만도 어림잡아 5천여 명에 육박한다.

수강생이 많이 몰리는 강좌는 흔히 학점이 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 교수는 오히려 학점이 짠(?) 편에 속한다. 과제물도 만만치 않고 출석체크도 엄격하다. 그런데도 그의 강의가 인기를 끄는 것은 독특한 수업방식과 성의있는 수업준비 때문이다.

일례로 치아에 박는 금속인 '타이타늄'을 강의할 때는 대형스크린에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상영한다. 빠진 치아를 새로 해 넣는 시술을 뜻하는 의학용어인 '브릿지'를 설명할 때는 한강다리, 사람의 다리, 머리 부분염색(일명 '브린지 염색') 사진을 슬라이드로 연속해서 내 보낸다. 결국 학생들은 타이타늄과 브릿지라는 전문용어를 어렵지 않게 익히게 되는 것. 신세대 취향에 맞는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또한 그의 수업준비는 단순히 성의의 차원을 넘어 열성적이기까지 하다. 5평 남짓한 그의 연구실은 여기저기 쌓여 있는 슬라이드 필름과 비디오를 등으로 마치 사진작업실을 연상시킨다. 그 많은 시청각 교재를 이 연구실 안에서 모두 제작하는 것이다.

지난 93년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한 우수 수업계획서 공모전에 '예방치학 실습' 수업계획서를 응모, 우수작으로 당선된 이력도 +있을 만큼 실력가이기도 하다. 그의 열의와 독특한 창의성은 학생들에게 과제물을 내 줄 때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연극영화과 학생은 충치예방 홍보영화를 제작하고 음대생은 구강보건을 주제로 한 건전가요를 작곡하여 과제로 제출한다. 또한 법대 학생들은 +구강의학 관련 의료법규를 해석, 그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의 리포트를 써낸다.

이뿐이 아니다. 공학계열 학생들의 경우 치아압력 ·측정장치를 고안, 그 +설계도를 작성해 제출하기도 한다. 또 사범계열 학생들은 구강보건 교육 수업계획서를 만들어 온다.

"학생들에게 전공의 특색을 살려 과제를 제출하라고 당부합니다. 학생들의기발한 창의성에 저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대학 부속 치과병원에서 진료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임상교수인 그가 왜 이토록 강의에 열성일까.

"학생들의 구강관리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 내 수업의 취지입니다. 제 전공이 예방치과이거든요. 수업 자체가 예방치과 진료 활동인 셈입니다"

독창적인 강의를 펼치는 그이지만 수강생 관리는 심각한 문제이다. 학생들이 워낙 많다 보니 출석체크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물러 설 그가 아니다.

그는 매주마다 '대리출석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출석표에 매시간마다 달라지는 암호를 작성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암호는항상 수업시간이 끝날 때쯤 공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암호 종류는 아버지 이름 한자, 주민등록번호, 지장, 사인 등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것들. 그럼에도 불구,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온갖 신상정보를 모조리 제공하면서까지 대리출석을 시도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대리출석과의 전쟁'은 그 절정에 다다른다. +올해 1학기말에 있었던 일이다. 신교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1천여 명의 학생들을 과별로 나누어 모이게 했다. 그리고는 조교들을 동원, 각 과별로 사진을 찍게 했다. 이날 동원된 카메라만도 5대에 달한다. 나중에 그 +사진을 각 학과 사무실에 보내 출석학생을 조회한 것은 물론이다.

이렇듯 그의 '구강관리법'강좌는 모든 부분에 걸쳐 유례없는 신기록을 수립하며 당대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자신이 인기강사로 치부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 운운하며 인기몰이에 연연해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일입니다. 특히 비인기 과목이라는 이유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이 천대 받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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