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도래는 우리 앞에 평생직업교육시대를 성큼 열어놓고 있다. 초중고대학교로 특징되는 정규교육 이외에 비정규 교육으로서써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도 일반교육 중심에서 일반교육, 직업교육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 폭발적으로 증가가 예상되는 평생직업교육 수요를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앞으로 평생직업교육의 필요성과 방향과 선진국의 사례 그리고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기능과 역할 확장에 대해서 7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미래변화에 대응하는 평생직업교육의 방향
② 평생직업교육체제에 부합되는 생애전환교육
③ 선진국 평생직업교육 개선 노력과 시사점
④ 평생직업교육 발전을 위한 전문대학의 역할과 기능
⑤ 평생직업교육시대에서 전문대학 교육의 질 제고방안
⑥ 전문대학에서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 특성화 IV유형 운영 성과 및 개선방안 관점에서 접근
⑦ 전문대학에서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 : 사립전문대학의 수익모델 관점에서 접근

▲ 이무근 이사장

미래는 과학기술, 인구, 세계화, 사회문화, 노동시장, 자원·에너지·기후 환경 등의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 미래 변화 요인은 직업교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산업구조를 빠르게 변화시켜 직업의 생성·소멸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직업 세계에는 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현재 직업의 80%가 바뀌고, 32억 개의 일자리 중에서 20억 개의 일자리는 없어지거나 바뀔 전망이며, 7세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전망이다.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자세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튼튼한 직업기초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생 누구나 최소한 서너 번은 직업 전환을 하면서도 평생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면서 자기만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 일 할 수 있는 역량도 개발해야 한다. 특히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드론, 3D 프린팅 등이 인간의 일을 대신함으로써 직무가 바뀌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들을 위한 직업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비록 현직에 계속 종사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지식과 기술의 활용 기간이 짧아져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한 계속 직업교육도 더 필요하다. 따라서 대학들은 학위과정 중심의 전문인 양성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 근로자, 산업체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해야 한다.

인구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로의 급속한 진입과 평균 수명 연장으로 생애주기와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생애주기를 편의상 준비기(1-25세), 전반기( 26~50세), 중반기(51~75세), 후반기(76~100세) 등 4단계로 구분해 보았다. 이를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면 전반전은 전반기, 후반전은 중반기, 연장전은 후반기로 비유해 볼 수 있다. 한국의 직업교육은 준비기를 통해 전반전 경기에 필요한 역량 개발에 역점을 둔 체제이다. 후반전과 연장전을 염두에 둔 중반기와 후반기에 대비한 직업교육체제는 부실하다. 한국의 20~30년생 기대 수명은 여자 90.8세, 남자 84. 2세로 남녀 모두 세계에서 가장 높을 전망이다. 그런데 2017년 현재 노인 빈곤율이 47.7%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중반기와 후반기에 접어든 장년 및 고령자들이 일 할 수 있는 일자리 확보와 역량 개발이 절박하다. 그런데 성인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직업교육체제는 미비하다. 한편, 대학 학령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은 생존을 위한 학생자원 확보 차원에서도 전반기는 물론 중반기와 후반기 장년 및 고령자들의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야 할 것이다.

전문대학 미래 역할은 성인평생교육

전문대학의 주된 역할 중의 하나가 성인교육이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생의 평균 연령이 28세이고, 22세 이상이 63%이며, 정시제(定時制) 학생이 61%이다. 반면에, 한국은 전문대학 재학생 중 25세 이상은 9.6%에 불과하다. 이는 미래 변화에 대비해 한국의 대학, 특히 전문대학들이 역할을 정립하고 교육목적을 설정하며 발전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전문대학이 지역 인적자원개발과 평생교육의 센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공립 성격의 전문대학을 선정해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적으로 영국·네덜란드·일본·칠레 등을 제외하면 전문대학은 평균해서 국공립(59%), 정부 의존형 사립(23%), 독립형 사립(17%)의 순위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독립형 사립전문대학이 94%여서 이에 대한 대책 강구도 요구된다.

세계화로 인해 우리는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일하고 생활할 수 있게 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경쟁력 있는 전문 역량과 외국어 능력, 다문화를 이해하고 어느 나라 어느 민족과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와 국제적인 품위를 지닌 전문인을 양성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들은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된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 내실화를 통해 선진국은 물론 ODA 사업으로 개발도상국에 프랜차이즈(franchise)화해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외국 유학생 유치와 국제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한편 세계화의 영향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역량 개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에도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미래 변화는 노동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스킬이면서 복합적 문제해결력과 창의력과 같은 핵심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직업이 날로 증가하고 중간 스킬을 요구하는 직업은 감소하고 있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 보다 필요에 따라 전문인력을 단기간만 활용하는 비정규직 고용체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전체 일자리의 15% 내외를 유지할 전망이다. 전체 일자리의 85%는 중소기업에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에 종사할 직업인 양성과 이들 근로자들이 끊임없이 역량 개발할 수 있는 직업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특히 근로자가 앞으로 ‘1인 기업’이나 ‘1인 미디어’ 등 프리워커, 프리랜서와 같은 창업을 할 수 있는 창업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고등교육에서 활성화돼야 한다. 세계 경제는 앞으로 대기업이 아니라 1인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 등으로 근무 환경, 근무 형태, 직장 구성원, 조직문화, 인적자원관리 시스템, 상사 리더십 등의 변화 등 직장 변화가 다각적인 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평생직업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 직전까지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평생직업교육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평생직업교육체제의 첫 단계는 초·중등학교 교육을 통한 교양교육으로서의 직업교육 강화이다. 이 단계에서는 튼튼한 직업기초능력을 키워야 한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의 교양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직업기초능력이 개발돼야 한다.

아울러 진로발달 단계의 준비기, 전반기, 중반기, 후반기 등의 생애 주기에 맞게 다양한 진로개발 모델이 제시되고 지원이 체계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선택교과로 개설되고 있는 ‘진로·직업’교과를 가급적 필수 교과로 편성할 것을 제안한다. 자유학기제도 진로·직업교과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진로지도를 모든 교과에서도 연계해 지도할 수 있도록 교사 양성과정에 ‘진로·직업’을 교직과목에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연구·직업교육의 차별화 필요

직업교육은 중등교육에서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서 더 강화돼야 한다. 현 고등교육법에 복잡하게 분류돼 있는 대학의 종류를 ‘연구를 위주로 하는 대학’과 ‘교육 특히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대학’ 두 개 유형으로 구분해 특성화하고 차별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제안한다. 교육중심 대학은 학위과정뿐만 아니라 갑자기 새로 출현되는 직업세계에 종사할 수 있는 전문인 양성과정, 자격증 과정, 직장인의 재교육과정, 나노디그리, 마이크로 디그리와 같은 작은 단위의 역량 프로그램,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단기 직업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성인직업교육을 대학의 중요한 역할로 설정해야 한다.

직업교육과정은 직업기초능력을 최대한 강화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적용하되 산업 분야, 직업의 특성, 융복합과정, 학교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유연성 있게 운영하도록 함이 요구된다. NCS 기반 교육과정과 학습 모듈 개발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앙정부 보다는 지역별·산업별 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중심이 돼 운영함이 바람직하다.

교수 학습체제는 이 러닝(e-learning)을 중심으로 자기 주도적 개별화 수업이 가능한 체제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는 사이버교육 체제로 확대돼 일반화돼야 한다.

평생직업교육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와 전문대학과의 종적 연계체제 강화, 전문대학과 대학의 종적 연계 체제 강화, 전문대학과 폴리텍 대학, 기술대학, 사내대학, 사이버 대학 간의 횡적 연계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

일관성 있는 법적 장치 선행돼야

평생직업교육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정책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장·단기 계획 하에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는 장치가 요구된다. 특히 외국 직업교육제도를 모방해 도입할 경우 한국의 여건에 적합한지아닌지 타당성 검토가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

직업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 배치 및 활용의 체계화를 일원화하고 행정 지원의 효율화와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통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리고 현행 법령 4907건(시행령, 시행 규칙 포함) 중 인력양성 관련 법제 1162 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통한 법 정비가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평생직업교육은 NCS, 자격,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연계된 국가역량체계(KQF)를 구축해 학력이나 학벌이 아닌 ‘무엇을 아느냐’보다 ‘무엇을 할수 있느냐’에 역점을 두고 현장경력, 자격증, 직업훈련 등 다양한 경로로 쌓은 직업능력을 공정하게 인정하고 대우해주는 ‘능력중심사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려면 직업교육훈련 결과와 평가를 누구나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직업교육훈련의 내실화를 통한 질적 개선이 요구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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