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이호인 전주대 총장 “교수 시절에는 모르던 감사함 느껴”
[심층대담] 이호인 전주대 총장 “교수 시절에는 모르던 감사함 느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 정년퇴임 후 67세에 지방 사립대 총장 맡아
생소하던 용어‧환경 딛고 얻은 각종 성과에 연임

충청도 출신 ‘흙수저’ 중학교부터 눈칫밥 먹고 공부
“저보다 낮은 분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섬긴다”
학생, 미화직원 보이면 차 내려서 안부 묻고 격려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학무지경(學無止境). 《열자(列子)》에 나오는 말로,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뜻이다. 한 젊은 소리꾼이 스스로 경지에 올랐다 생각해 스승을 떠나려 하자, 스승이 배웅하며 불러준 노래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다시 배움에 정진하게 됐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학자와 예술인을 두고 교만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져주는 경구지만, 한 인간의 삶의 자세에서도 겸손과 감사의 품격이 필요함을 웅변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대학가에서 학무지경의 자세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이를 하나 꼽는다면 바로 이호인 전주대 총장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인 서울대에서 부총장을 맡았고, 화학공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정년을 다 마쳤다. 이미 학문으로서나 대학인으로서나 지존(至尊)의 경지에 올랐다 할 만하나, 그는 서울대에 있던 시절 모르던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자신을 낮춘다.

이호인 총장은 ‘자수성가형 흙수저’의 전형이다. 충남 홍성 광천읍 태생인 그는 평생 교육을 못 받은 것이 한이 된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부터 서울에서 다녔다.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온 것을 포함하면, 서울대에 임용된 1980년까지 20년을 넘는 세월 동안 유학한 셈이다. 친척들의 ‘눈칫밥’을 먹다 보니 공부하다 밤늦게 들어가서 밥을 굶기 일쑤였다. 1960~1970년대 고도성장 시기, 소위 ‘부모 백’ 쓰고 혜택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서울에서 기댈 곳 하나 없던 그는 부러움을 느꼈다고 소회한다.

어린 시절의 결핍을 다 해소하지 못해 그릇된 선택을 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부지기수지만, 이호인 총장은 이를 어려운 삶에 대한 공감으로 바꿔냈다. 아무 연고도 기반도 없는 전주대 총장직을 무난히 수행했다. 지난 8월 총장직에 연임된 그는 지금도 타인을 지시하고 책망하지 않으며 섬기는 자세로 직무에 임한다. 이 총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신앙이 깊다. 

- 서울대 부총장에서 지방사립대로 와 총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취임 당시 전주대는 지역의 대표 사립대였으나 지리적 한계와 입학자원 감소라는 환경적 위기 속에서 대학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서울대 있을 때와는 상황도 달랐다.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가 주가 돼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입시도 챙겨야 한다. 취업하는 것도 (기업들) 찾아다니면서 읍소를 해야 한다. 교수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했다.”

- 서울에 비해 지방 사립대는 여건이 달라  정부 교육정책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 것 같다.

“전주대는 재정 건전성은 탄탄하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학들 대부분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데다가 법인전입금은 적다. 듣자 하니 60억~70억원 남던 대학들도 반값등록금에 대학구조조정으로 인원을 줄이면서 적자냐 아니냐는 기로에 놓인다고 한다. 그래서 교무위원들에게 낮은 자세로 협조하면서 학칙을 조이고 나름대로 학교를 운영하는 틀을 만들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서울 온실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모든 게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역차별이 아니라 지방이 너무 죽어 있다. 지방 사학이 살기 위해서는 공영형 사립대도 긍정적이다. 법제화된 법인전입금도 100억원 정도가 돼야 한다.”

- 1기 임기 동안 교육만족도 1위를 내세웠는데, 가장 중시했던 것은.

“교육 환경 만족도였다. 이를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여 스타센터, 스타타워 그리고 각 건물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덕분에 전국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교육환경을 구축했다. 이어서 교육 내적 시스템 개혁과 교육 경쟁력 확보를 다음 단계의 목표로 삼아 교육과정 개선, 학생지원 시스템 개혁, 대학 연구역량 향상 등 내적 경쟁력 확보를 시작했다.”

-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어떤 것을 강조하나.

“항상 정직ㆍ청결ㆍ성실을 강조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네 능력을 갖고 다 해라, 그리고 하나님께 맡겨라”고 한다. 우리 대학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두 가지를 꼽는다. 학교가 깨끗하고, 학생들 표정에 웃음이 있다고 말한다. 감사함을 느낀다. 학생들에게 계속 자긍심을 심어준다. 등 두들겨 주고, 집안 괜찮으냐고 빈말이라도 해 준다. 그럼 총장이 날 생각하는구나 하고 학생들이 좋아한다. 전공은 서울대 못 이긴다. 그럼 인성이다. 배반하지 말고 도망가지 않고,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영향을 주라고 이야기하고, 전주대에 자긍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 직접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자주 한다고 들었는데.

“비정규직 미화원들이 눈에 보이면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수고 많다고 말씀드린다. 좋아하시고, 자신들을 그렇게 알아주신다고 한다. 저보다 높은 분들에겐 이러지 않는다. 낮은 분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임한다.”

- 전주대는 대외적으로 ‘슈퍼스타’ 교육을 강조하는데, 연관이 있는 것인가.

“그렇다. 진정한 슈퍼스타는 진심의 별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예수님을 닮은 영성·인성·지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실용인재 양성’을 교육목표로 ‘실천하는 봉사인’, ‘지혜로운 교양인’, ‘도전하는 전문인’의 인재상으로, ‘기독교적 인성교육’과 ‘기초역량 강화교육’, ‘다학제 간 융합교육’을 중점교육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 대학에서 연구기능도 중요하다.

“대학이 안 하면 안 된다. 연구 안 하면 대학이 아니다. 교육만 하면 중고등학교와 다를 게 없다. 인텔리(지식인)가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나라 망한다. 이래야 되겠냐 해서 언덕(업적평가 기준 상향-기자 주)을 만들었다. 대학 교수라는 것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 세 개를 동시에 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전주대 상황을 봤을 때 교육에 중심을 뒀으면 해서 “(우리는) 교육중심대학이다. 다만 연구와 봉사도 조금 하자”고 설득했다. 총장이 낮아지니 교수들도 미안해하고, 제가 정년 마치고 왔으니 교수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덕을 좀 봤다.”

- 각종 지표에서 실제 성과도 많이 거뒀는데.

“하나님의 도움이라 생각한다. 처음 전주대에 왔을 때, 1주기 구조개혁평가에서 B만 달라고 기도했다. A등급(최우수)을 받았다. 전라북도 특성화사업 중 가장 많은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인증을 받고 교육부 인문분야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과 이공분야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연구에서도 나노신소재공학과가 KAIST를 제치고 국제학술논문 피인용실적에서 전국 1등이다. 기계자동차학과와 컴퓨터공학과, 경영학과도 논문ㆍ연구비실적에서 전국 1위의 성적을 거뒀다. 교육과 연구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성과로 나타나 전주대가 명실상부한 지역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 지역 경기가 어려운데, 전주대는 산학협력에도 강점을 보인다.

“발굴ㆍ교육ㆍ창업 성장까지 일관성 있는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 거점 창업선도대학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지자체,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외부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도 일화가 있다. 청야(靑夜, 푸른 밤) 모임이 있다. 밤에 어렵게 공부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뜻이다. 전주대 학교법인 신동아학원의 이사인 김홍국 하림 대표이사가 멤버다. 각종 산학협력과 사업에 많은 도움을 줬다. 때때로 이분들이 학교에 와 청년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 밖에도 지역 교회 등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 임기 2기의 계획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새로운 임기를 맞이해 '교육가치창출 1위, 기독교명문사학'이라는 비전하에 장기발전계획 2025를 수립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미래지향적 교육을 실현하고 최고의 교육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대학의 교육혁신을 총괄·주도하는 ‘교육혁신본부’를 신설하고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의 모든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분석과 진단, 개선을 통해 대학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학생들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실력을 어떻게 키웠느냐 묻는다면, 졸업할 때와 입학할 때의 실력 델타값(변화량)을 보여줄 셈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맞춤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인성 교육에 집중하고자 교양학부를 기초융합교육원으로 승격시켰다. 이 같은 교육 소프트웨어 창출에 승부를 걸어보려 한다.”

▲ 이호인 총장이 한국 기독교 사학의 역사를 묘사한 전주대 본관 1층 예술작품을 가리키며 이정환 본지 편집국장(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이호인 전주대 총장은...

1970년 서울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광촉매 분야의 권위자. 1980년 서울대 교수 임용 후 1995년 공과대학장 직무대리, 2004년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같은 시기 서울대 총장을 지냈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의 인연으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사단법인 동반성장연구소 이사를 지냈고, 그의 권유를 받아 지난 2013년 전주대 총장에 취임했다. 한국 과학자로서 최고 영예 중 하나인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2010년에 수상하고, 2014년부터 대한민국학술원 촉매화학 분야 회원으로 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 정리 = 김정현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