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개 대학 도서관, 새해 첫 날부터 일부 논문 못 봐
70여개 대학 도서관, 새해 첫 날부터 일부 논문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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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보 DB 공급 업체들과 협상 결렬

대교협 컨소시엄 비대위, 학술DB社와 구독권 재협상 중...“피해 없도록 최선”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학 도서관에 논문을 제공하는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DB) 공급 업체들과 대학들의 협상이 결렬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계약 보이콧’ 운동에 나선 가운데, 새해 첫 날부터 적게는 70여 곳의 대학 도서관에서 일부 분야 논문을 보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대교협과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대도연)에 따르면, 대학 측은 협상이 결렬된 직후 전자정보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엘스비어(Elsevier) 한국지사(Science Direct, 이하 SD), 누리미디어(DBpia), 한국학술정보(주)(KISS)와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들 중 SD를 운영하는 엘스비어와 KISS의 한국학술정보(주)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구독 정지를 미루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누리미디어는 2017년 계약했던 약 210개 대학 중 자체적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105개, 서비스 연결 요청을 해 온 40여곳을 제외한 남은 대학들의 DBpia 구독을 1일부터 중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는 공식적으로는 오는 30일까지 보이콧 운동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달 중 업체 3곳과 협상을 진행한 뒤, 전체 위원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의결을 통해 보이콧 계속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오는 30일 예정된 대교협 정기총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비대위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구독이 정지되는 대학의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각 대학들이 도서관 웹페이지를 통해 '보이콧'을 공지하면서 교수, 대학원생 등 연구자들의 우려는 커져가고 있다. 단국대에서 민법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김래영씨(석사과정)는 “지금 당장은 검색이 대단히 불편해져서 걱정이다. 논문을 작성하는데만 최소 편당 20편을 보는데, 직접 사려면 40만원을 써야 한다”며 “당장 학위논문을 써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대교협-대도연 컨소시엄은 업체들이 제시한 구독료 인상률이 부당하다며 협상 결렬을 결정했다. 대학들은 2016년 기준으로 국내외 42개 업체에 1546억원의 구독료를 지급하고 있다. 엘스비어는 당초 4.5%를, 누리미디어는 품목별로 5%~19%를, 한국학술정보(주)는 7~12%를 인상률로 제시했다.

비대위 위원인 황인성 대교협 조사분석팀장은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도서관 재정”이라며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어쩔 수 없이 구독하는 학술지 수를 줄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 426개 대학의 자료 구입비는 2012년 2487억원에서 2016년 2409억원으로 줄었다.

관건은 업체들 중 가장 많은 구독료를 가져가는 엘스비어다. 자료에 따르면 대학들이 지급하는 구독료의 평균 31%(최대 50%)를 가져간다. 엘스비어가 당초 제시한 인상폭에 따르면, 가장 많은 구독료를 지급하는 서울대는 올해부터 9669만원을 더 내야 한다. 서울대 등 상위 3개 대학의 구독료를 합하면 국내 업체 한 곳의 전체 대학 구독료와 맞먹는다.

엘스비어는 과거 대만, 미국의 대학들에게도 ‘계약 보이콧’을 당해 협상에 응한 전례가 있다. 대만의 올해 인상률은 2%며, 미국은 2012년 동결됐다. 컨소시엄이 협상 결렬 당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대학 130개 중 98개(75%)가 SD와의 재계약 보이콧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립대의 실무담당자는 “대부분 거점국립대가 보이콧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학은 엘스비어가 가격을 1%만 내려도 국내 DB 하나를 더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 외 조건도 쟁점이다. 비대위는 엘스비어가 원문공개(Open Access, OA)로 전환된 학술지에 대한 남은 연도 구독료도 환급해주지 않는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비공개(유료)에서 무료로 전환된 만큼 다년간 계약을 체결했어도 남은 만큼은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한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교협과 대도연의 공지사항 이미지.

이에 엘스비어 한국지사 관계자는 “1월 중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전체적인 인상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히는 단계까지 왔으나, 계약 기간이나 OA로 전환된 학술지에 대한 구독료 환급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리미디어 측도 “선금보증보험을 DBpia가 부담하고 조기할인 옵션을 제공해 도서관의 실질 인상률은 6.5% 수준”이라며 “퍼센트로 보면 SD보다 높은 인상률이 맞지만, 4년제 대학기준 DBpia의 평균 인상금액은 250만원이다. SD와 우리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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