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精而不博! 진단 이후의 빅 프레임으로
[수요논단] 精而不博! 진단 이후의 빅 프레임으로
  • 한국대학신문
  • 승인 2018.01.23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형민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장(수성대학교 경영부총장)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확정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 속칭 '구조개혁 속편'에 대해 가장 아쉬운 점은 큰 프레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본 계획안을 자세히 보면 각론은 넘치는데 총론은 한계가 드러나 보인다. 정이불박(精而不博)! 다시 말하면 미시적 차원의 접근은 차고 넘치는데 거시적 차원의 접근은 미흡했다. 몇 번 의견수렴을 할 때 현장의 분위기도 그랬다. 개별 대학의 입장에서도 지표와 점수만 따지다보니 큰 그림에는 관심들이 없었는지 모른다.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기본방향은 첫째, 대학의 공공성 강화, 자율성 확대, 교육의 질 제고를 통해 창의 융합형 혁신인재와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대학다운 대학으로 성장 발전하도록 함, 둘째, 고등교육 정책추진을 맞춤형 상향식으로 지원하기 위해 구조개혁 평가를 정책 추진의 진단 기제로 개선, 셋째,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일반재정지원과 특수목적지원 사업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학사·재정 분야로 제도를 적극 개선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전편과 달리 고등교육의 가치구현을 위한 여건조성을 하고 이를 위해 대학정책 및 재정지원을 전제로 구조개혁평가 대신 진단을 실시해 학사 재정 제도를 적극 개선하겠다는 방향성과 의지가 표명됐음은 환영한다. 여러 가지 각도에서 접근한 이것 자체로서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고등직업교육을 이끌고 있는 전문대학의 입장에서는 이번 기본역량 진단평가를 통해 그 무엇인가 새로운 정책적 프레임 설정을 열망해 오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중소기업 중견전문인력, 이미 닥쳐온 4차 산업을 펼쳐나갈 ICT 인재 등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고등직업교육의 프레임을 이번 진단평가를 통해 새로이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선에 각 대학들은 당장 지표 유불리의 문제에 천착하고, 교육부는 그것을 말썽 없이 어떻게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인가에 매몰돼 있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는데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개별 대학을 평가해 재정지원을 하고 시원찮은 대학을 골라내어 퇴출이 되도록 구획정리는 확실하게 할지 모르나 고등직업교육발전이라는 큰 어젠다를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학교에서 학생 개인은 시험점수와 석차에 집착해 정신이 없다고 해도 담임교사와 교장은 학교 전체의 성적향상과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하는 진단평가를 하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단평가 계획안대로 미시적 접근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고등직업교육을 기준 혹은 비교로 삼고자 하는 국가, 예컨대 OECD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규명해낼 수 있다. 우수한 점, 열세인 점 등이 드러날 것이고 종합화된 진단 결과를 가지고 처방에 나서야 한다. 대강 그 결과를 가상적 시나리오로 꾸며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고등직업교육의 수준이 기준 이상일 경우다. 이 경우는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편제를 상향조정해야 한다. 즉 전문대학의 체급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의 보조적 하수로 돼 있고 학벌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선 공부 못하고 돈이 없어 가는 곳이란 인식을 걷어내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사회는 발전가능성이 없다. 오래전부터 직업교육중심대학과 학문연구중심대학으로 'Two track화'해야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넘쳐나도 당국에서는 외면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역사가 50년, 즉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틀과 사회적 인식은 그대로다.

반대로 수준 이하일 경우로 결과가 도출됐다고 치자. 이 경우는 국가책무성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국가적 반성이 우선 따라야 한다. 그간 추진해온 산발적 직업교육정책, 일반대학과 비교되는 재정지원 규모, 추진체계의 적절성, 대학특성화 등 육성방안의 문제부터 규명해야 한다. 기초체력이 부족하고 일자리가 부족한 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려면 고등교육교부금법의 제정을 통해 대학에 대한 지원을 국가발전의 차원에서 이끌도록 해야 한다. 다른 교육제도는 선진국의 사례를 서슴지 않고 도입하면서 이것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이후 구조개혁위원회와 국가교육회의에서는 이런 문제가 진지하게 다루어지길 바란다. 우선 구조개혁위원회에서 진단평가 이후 종합적 결과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하고 이를 국가교육회의에 안을 상정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국가교육회의에서는 권위 있는 기관에서 고등직업교육발전에 대한 정책적 개진이 있어야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에 대한 큰 프레임의 설정이 더욱 필요하다. 숲의 철학으로 접근한다면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대학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