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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시론
[시론] 저자부정, 더 이상 우리 학계 연구부정의 트렌드가 돼선 안 된다황은성(본지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교수·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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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8  19: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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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은성 교수

작년 말 사회를 시끄럽게 한 뉴스가 있었다. 일부 교수들이 논문에 자신의 자녀들을 저자로 등재한 것이 알려지면서 교수사회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교수들에게 이러한 케이스를 이실직고하라 해 전수조사를 한 바도 있다. 

필자도 주변에서 이런 케이스를 드물지 않게 본 적이 몇 있었기에 이것이 결코 아주 예외적인 소수의 행태는 아니라 생각한다. 내 아이는 연구에 참여했다고 변명을 할 수 있겠다. 하다못해 실험기구 세척이라도 하면서, 여름 방학 동안 연구방법을 배워가면서 연구에 기여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진정 학자의 양심에서 잘못된 저자배정이 아니었다고 소리쳐 말 할 수 없다면 이는 사회가 비난했던 바대로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대학진학에 유리함을 얻은 부당한 행위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교수들이란 명색이 연구라는 것을 하면서 뒤로는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이기적인 집단이구나 하는 인식과 ‘연구란 것 또 논문이란 것 별거 아니구나’ 하는 잘못된 인식을 사회에 심어줬다. 또 이 행태는 부당하게 저자자격을 얻은 당사자에게도 적지 않은 해를 끼친다. “공정치 않은 방법을 써서 원하는 바를 쉽게 얻을 수 있다”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깨우침’을 어린 나이에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뉴스를 접한 필자의 아이가 “자신의 대학진학과정에서 아빠가 크게 관여하지 않아서 고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런 아이들의 순수함을 부모가 나서서 더럽힌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과 달리 연구에서의 부정행위를 5가지로 정하고 있다. 데이터 날조, 변조, 표절, 이 세 가지 보편적 기준에 ‘이중게재’와 ‘저자부정’을 더 포함시키고 있다. 왜인가? 교육부에서 판단하길 우리 학계에 이 두 가지 행태가 만연해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우리 학계에서 표절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는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50~60대 기성 학자들과 다르게 크다. 그리고 대학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문장유사도 검색엔진’을 사용해 학위논문은 물론, 학부생들의 리포트에서의 표절도 걸러내고 있다. 이제 표절을 범하면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인식돼 학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겠다. 근래의 연구부정의 대세는 따로 있다. 데이터 조작과 저자부정인데, 데이터 조작은 연구수준이 높은 선진국형 연구부정유형이다. 한편, 후자는 우리 학계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필자가 외부 본조사 위원으로 참여했던 여러 대학의 연구부정의심건 대부분이 저자부정이었다. 남편의 논문에 다른 전공을 연구하는 아내가 저자로 등재돼 부정이 의심되는 경우, 교수와 학생 간 있었던 다툼의 결과 부적절한 저자배정이 이뤄진 경우, 저자의 역할을 하지 않고서 제자논문에 교신저자로 등재된 교수의 경우 등이 그 예인데 향후 대학들에서 저자부정의 시비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학생, 연구원, 또는 조교수들이 연구에서의 자신들의 권리를 점차 인식해 가면서 교신저자의 역할을 하는 교수의 저자배정에서의 부적절함에 대해서 조용히 입 다물고 있지만은 않을 것 같다. 또 선배교수나 총괄연구책임자가 연구비를 지원해 주고 논문에 이름을 얹는 행위들도 쉽게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겠다.

저자부정은 다른 유형의 연구부정과는 본질적인 면에서 좀 다르다. 앞에 언급한 ‘부모의 논문에 자식이 숟가락을 얹는 것’과 같은 문제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잘못된 credit를 만들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득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며,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업적을 제시하는 문제다. 즉 직접적인 ‘이익’이 개입된 부정인 것이다. 이는 논문실적이 직접적인 이득으로 작용하는 현실에 크게 기인한다. 사실 우리 학계에서의 저자부정은 교육부와 사회가 일조한 바가 없지 않다. 교육부에서는 논문실적만을 강조해 능력이 달리는 연구자들이 편법을 쓰는 일이 발생했고 또 BK 연구지원 사업 등에서 사업단간에 연구실적에 대한 경쟁을 시켜서 부정한 연구실적이 양산된 바가 없지 않다. 한편, 동네 병원의 입구에는 영어논문 한두 개 게시돼 있지 않은 경우가 없지 않나. 전공을 한 사람이 보면 금방 ‘다른 사람 논문에 숟가락 얹은 것’임을 금방 눈치챌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금전적 이득과 헛명예가 개입된 대표적인 예다.

저자의 자격은 논문의 내용과 그 의미 그리고 연구방법 등에 대해서 동료학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연구경비만, 연구장비와 시설만, 또는 아이디어만을 제공하거나 시키는 바대로 측정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내기만 한 사람은 저자가 될 수 없음을 학자라면 모르지 않지 않은가? 앞으로 더 이상 부정한 저자배정 때문에 사회로부터 학계가 싸잡아 비난을 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원칙의 실천에 학계가 합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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