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통계 이월금 중복 계산…실제 규모는 GDP 대비 1% 아닌 0.84% 수준

[한국대학신문 이연희기자]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보다 약 2조3000억원 부풀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예산 중 전년도 전기이월금까지 세입으로 반영되면서, 실제로 투자된 공교육비보다 큰 액수로 반영된 것이다.

매년 발표되는 'OECD 교육지표'는 회원국들이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교육의 사회적 성과를 제고하는 데 필요한 국제 비교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언급할 때마다 ‘OECD 평균 GDP 비중’은 중요한 수치로 여겨져왔다. OECD 교육지표는 OECD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국이 통계를 작성해 제출한다. 한국의 경우 국무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고등교육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재정규모와 OECD 지표상 재정 규모 차이가 크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일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과)는 지난해 교육재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교육부가 산정하는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 재정규모와 실제 고등교육 재정정보시스템상 교육비 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OECD가 발표한 2013년도 한국 정부부담 고등교육예산은 12조8650억원인 데 비해 실제 고등교육예산(타 부처 R&D 포함)은 8조6404억원이기 때문에 재정규모 차이가 4조2246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다른 정부부처의 R&D 비용을 포함한 고등교육예산은 GDP 대비 0.45~0.80% 수준으로, OECD 자료와 0.12%~0.3%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 2013년도와 2014년 중복산정된 고등교육재정 규모.

KEDI도 이를 인지하고 전문가 협의와 정책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로 박병영 KEDI 교육통계본부장이 책임연구자로서 지난달 12월 발표한 ‘OECD 교육재정지표 한국자료 개선방안’에 따르면 OECD 통계작성 시 공교육비 전기이월금, 즉 다 쓰지 못하고 이월된 금액이 매년 다음해 교육재정으로 중복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재원 이월금 규모가 2013년 1조9230억원, 2014년 2조2314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차이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OECD 가이드라인에 개별 국가마다 다른 교육재정 지원방식과 회계작성방식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교육통계과 관계자는 “이월금을 세입으로 반영한 다른 OECD 국가들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일일이 해당 국가나 이월금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는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OECD 교육통계 관련 회의에서도 회계 작성방식 차이로 인한 오류와 가이드라인이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OECD 교육지표에 전기 이월금 반영 또는 제외가 결정된다면 OECD 평균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비중도 변경될 여지는 있다. 실제로 얼마나 변경될 지는 미지수다. 

2015년도 회계를 기준으로 올해 OECD 교육지표의 경우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실시에 따라 기존 기성회계의 1조3000억원이 대학회계 세입으로 반영되는 만큼 허수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는 대학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차원에서 고등교육 재정규모를 OECD 평균(GDP 1.1%)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OECD 교육지표에서 국가 부담 공교육비가 GDP 대비 1%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규모는 0.84%인 만큼 목표치인 1.1%는 다시 멀어졌다.

그러나 고등교육 재정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OECD 평균’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 정부의 절대적인 고등교육 재정 기여도가 낮은 만큼 더 충분한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하려면 국정운영상 우선순위를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OECD 교육지표에서도 GDP 대비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6%이고, 국가 부담(중앙정부, 지자체)보다 민간 부담(가계 등록금, 대학, 기업)이 큰 구조는 여전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은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엄밀히 학생복지 비용이며 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이라 볼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입학금 축소 등 교육비용을 줄이면서 국제 경쟁력이 50위권으로 떨어진 만큼 국가가 먼저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