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대중과 장자의 가르침 공유하고 싶어 강의실 문턱 허물었죠”
[사람과 생각] “대중과 장자의 가르침 공유하고 싶어 강의실 문턱 허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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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수 울산대 교수(중문학)
▲ 박삼수 울산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대중에게 고전이 어려운 것은 고전을 제대로 설명해줄 사람을 아직 못 만났기 때문이다. 고전을 ‘쉽고 바르게’ 가르치겠다는 목표를 갖고 일반인들에게 강의를 공개하게 됐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장자의 가르침을 공유하고 싶다. 장자야말로 2000여 년 전부터 ‘힐링’을 시작한 주인공이다.”

박삼수 울산대 교수(중문학)는 2년 전에 파격적인 시도를 시작했다. 바로 자신이 강의하는 고전읽기 수업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외 대학에서는 시민들이 강의를 청강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아직 청강문화가 낯선 한국에서 박삼수 교수는 큰 용기를 냈다. 물론 재학생들의 적극적인 동의도 한몫했다. 박 교수는 오는 신학기에도 ‘행복한 장자 읽기’라는 주제로 대중에게 강의실 문턱을 허문다.

2년 전에는 《노자》를 함께 읽었지만, 올해는 《장자》다. 노자가 자신의 철학으로 온 세상을 구하고자 했다면, 장자는 ‘인간 철학’을 주장한 철학자다. 박 교수는 “이번 학기에 《장자》를 공부하기로 한 이유는 바로 장자가 ‘힐링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에 인문학 공부하기 열풍이 불었다. 인문학 열풍의 배경에는 대중의 ‘힐링’을 갈구하는 마음이 자리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공부가 아직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문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오랜 기간 동안 고전을 연구하면서 장자만큼 ‘사람’에 대해 고민한 철학자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노자와 공자 같은 철학자들은 사회나 정치를 구하기 위해 고뇌했다. 그러나 장자는 조금 다르다. 장자는 한 개인의 삶을 중심으로 ‘어떻게 해야 인간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지키며 세상을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한 성현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유는 세속적 욕망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자는 욕망의 얽매임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삶과 죽음까지도 초탈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무후무한 난세였던 춘추전국시대에 인간이 심리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면 그야말로 ‘힐링’의 대가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장자》는 주로 장자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로 철학을 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도 다양한 우화 등을 주로 접하며 쉽게 장자의 사상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고전을 쉽게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르게’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최근 다양한 고전들이 지나치게 해설자의 주관을 개입해 풀이되는 사례가 잦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즉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는 장자의 뜻을 인용했다. 이어 “원전을 오롯이 사견을 집어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내려고 노력하자는 입장이다. 사람들은 연구자들의 뜻을 알고 싶어 하는 게 아니고, 옛 성현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다수 연구자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풀이를 할 때가 종종 있어 비판하기도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런 박 교수의 원칙은 수업에서도 잘 드러난다. 2년 전 처음 대중에게 강의를 열었을 때도 박 교수는 수업에서 최대한 다양한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했다. 그는 “원래 토론 수업을 선호한다. 지난 강의 때도 60~70명 되는 규모였음에도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강의를 진행했다. 교수의 해설이나 책에 있는 내용에 반박을 해도 좋다고 항상 얘기해왔다. 아무리 30여 년 동안 연구를 해왔다고 해도 고전을 통달하기란 쉬운 게 아니다. 내가 얘기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질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박 교수에게 일반인 강의는 ‘가욋일’로 여겨질 만도 한데, 그는 여간 열정적인 게 아니다. 박 교수는 “물론 힘에 부친다. 강의를 준비하고 연구를 하려면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민강의와 고전 번역 활동은 멈출 수 없다. 퇴직하고 나서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할 것이다. 공자의 말 중에 ‘낙재기중(樂在其中)’이라는 말이 있다. 즐거움은 바로 이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한편 박 교수는 왕유(王維) 시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20여 년간 연구를 총정리한 ≪왕유 시전집≫ 전 6권을 비롯해 인문학의 정수로 점점 각박해져 가는 현대인들이 꼭 읽어야 할 도서로 주목된 ≪주역≫, ≪쉽고 바르게 읽는 논어≫, ≪쉽고 바르게 읽는 노자≫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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