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이사장 거쳐 연임된 김영우 총장, ‘대학 사유화’ 논란 한가운데

김영우 측 이사들 법인 장악토록 출구 연 사학법
교단 선거에서 뇌물 건넨 혐의로 재판 받는 총장
석연찮은 법인 정관 변경‧총장 연임에 대립 격화

▲ 갈라진 교단과 종교사학 기독교 교단 중 국내 최대로 꼽히는 예장합동의 산하 종교사학인 총신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유인물이 총신대 곳곳에 흩뿌려져 진 모습.(사진=김정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김영우 총신대 총장을 둘러싼 ‘대학 사유화’ 학내 갈등이 극한까지 치달았다. 지난해 말 석연찮은 법인 정관 변경에 이어 김 총장의 연임이 결정된 후 대학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23일에는 이 대학 학생경력개발원장 유정욱 교수(산업교육학부)가 김영우 총장을 교비 횡령, 배임수재 혐의로 고소했다. 김 총장이 교비와 학생 장학금을 사용해 지난 2016년 교단 선거에 출마하면서 관계자 400명에게 10만원어치 인삼을 돌렸으며, 2013년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길자연 전 총장에게 3000만원을 받고 총장에 선임시켰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학부 학생들은 분노해 종합관(본관) 전체를 점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농성을 벌이던 신학대학원 학생들도 지난 19일 학내 전산시스템 인터넷선을 뽑아 학사 행정이 전면 마비됐다. 직원 A씨가 학생들에게 화분을 집어던지고 원색적인 욕설을 하면서 경찰에 입건된 데 이어, 용역이 투입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총신대 사태는 표면상으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이하 예장합동)와 학교법인의 갈등이나, 원인은 김영우 총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법인 이사장이던 시절 교단과 갈등을 빚던 총신대 학교법인은 이사를 선임하지 못해 임시이사 파송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의 결정에 가까스로 이사회를 ‘정상화’했으나, 외려 ‘벼랑 끝 갈등’의 단초가 됐다.

김영우 총장은 지난 2003년 법인 이사로 선출되면서부터 총신대 운영에 관여해 왔다. 2009년 학교법인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이듬해 정식으로 이사장에 선임돼 2015년 7월까지 재임하다 그 직후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김영우 당시 이사장과 예장합동은 대학 운영을 놓고서 이견차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학교법인에서 결의한 구 탐라대 부지 매입 시도다. 학교법인이 무리하게 탐라대를 사들여 종교사학 정체성을 빼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예장합동은 총회를 열고 이를 무산시켰다.

예장합동은 2014년 총회를 열고 정관을 변경하도록 결정했다. 정관이 변경되면 총신대 이사의 임기는 연임해야 최대 8년이 되므로, 김영우 이사장이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예장합동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이에 예장합동 측 이사 8명이 사퇴하면서 2년 가까이 후임 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었다.

▲ 총신대 종합관(대학본부) 1층으로 대학 관계자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정현 기자)

종교사학인 총신대 학교법인의 개방이사를 추천하는 절차에는 예장합동이 관여할 수 있다. 개방이사추천위원회를 예장합동 측 인사 3인, 이사 2인으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사 15명의 임기는 전부 만료됐다. 총신대 학교법인은 ‘긴급처리권’을 발동, 임기가 만료된 이사들로 이사회를 열어왔다. 교육부가 관선이사 파송에 나서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김영우 이사장은 이사장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예장합동과 협의 하에 총장에 취임했으나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 청문회를 열고 합의를 종용했으나 끝내 불발되자, 지난 2015년 김영우 이사장 측(학교법인)이 선임한 이사 4명 등 5명의 취임을 승인했다. 예장합동의 개방이사 추천권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예장합동과 이 대학 구성원들은 김영우 측 이사들로만 이사회가 채워졌다고 성토한다.

이상원 총신대 교수협의회 부회장은 “예장합동 교단법 상 운영이사회를 열고 여기서 이사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김 총장은 이를 무시해 왔다”며 “김 총장은 과거 서천에서 고등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제멋대로 이사를 구성하고, 총신대도 자신의 동향인 하수인을 이사로 선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은 “이사의 선임권은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 이사회가 갖는다. 예장합동이 자체 규정을 근거로 이사를 선임해도 이사장이 이를 무시하면 막을 수 없다”며 “이사 선임도 결격사유가 없는지만 판단해 취임을 승인할 수 있다. 정관 변경도 심의사항이 아닌 보고사항이다. (총신대 학교법인이) 정관이나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영우 총장은 교육부의 결정을 근거로 예장합동에 책임을 돌린다. 그는 “예장합동의 바람직하지 않은 교권세력의 방해 때문에 이사진 구성이 어려웠다”며 “이사진은 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됐고, 따라서 교육부의 임원취임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 총신대 종합관(본관) 1층에 설치된 신학대학원 농성장.(사진=김정현 기자)

힘을 얻은 학교법인 이사회는 법인 정관 개정에 나섰다. 지난해 9월 15일 총신대 학교법인은 1조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해서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한다’를 삭제했다. 1주일 뒤 김 총장은 뇌물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검찰에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16년 예장합동 부총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당시 총회장 박무용 황금교회 목사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 본래 정관대로라면 그는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사회는 이어 지난해 12월 15일 김 총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김 총장이 사퇴를 발표한 당일이다. 지난 2015년 7월, 김 총장은 예장합동과 합의 하에 이사장직에서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임 길자연 총장의 남은 임기까지만 총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꼼수 사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의 김영우 총장 측 이사 취임 승인, 이어진 정관 변경과 총장 연임. 총신대 구성원들은 김영우 총장이 총신대를 사실상 ‘사유화’했다고 보고 있다. 예장합동도 농성하는 학생들을 지지하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학부 학생들도 행정 마비로 인해 국가장학금 신청, 등록금 수납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장이 사퇴하기 전에 사태가 해결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이상원 교수협의회 부회장은 “정관 변경으로 이사직의 정년도 없애버렸고, 장기간 학교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교수들도 총장이 법적으로 학교를 사유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놨다고 보고 수업거부, 법적 소송을 벌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총장은 교단 선거에서 금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총회장이) 신장 제거 수술을 받고 돈이 없어 비싼 주사를 못 맞는다 말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기운이 없어 보여 치료비와 선교비로 쓰라고 줬다”고 답했다. 해당 정관 조항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과 어긋나 정정 차원에서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직 연임과 관련해서는 “총장의 선임 및 임기 문제는 이사회 소관”이라고 답했다. 학내 사유화 논란을 두고서도 “그건 100% 모략이다. 그렇게 할 마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주어진 기간 동안 청지기로 섬기다 갈 따름이다”고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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