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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부 아냐”…진짜 예술인 ‘기생’ 편견에 맞서다[인터뷰] 영화 '기생: 꽃의 고백' 연출한 홍태선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천주연·김홍근 기자  |  heroine·mong@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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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1  11: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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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천주연·김홍근 기자] 새해 한국영화의 강세가 매섭다. '신과 함께'가 천만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1987'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까지 상영관을 찾으면서 당당히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상업영화들이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을 때쯤, 하루에 차지한 상영관이 10개 채 안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가 개봉했다. ‘기생’이라는 직업에 대해 우리나라에 잔재한 선입견‧편견에 맞서고자 제작된 영화 '기생: 꽃의 고백'이다.

영화 '기생'에서는 20세기 초 ‘모던의 꽃’이라고 불리며 문화‧예술계를 주름잡았던 여성 예술가들을 다루고 있다. 당시 그들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고귀한 전통문화 예술인으로서 삶을 살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왜곡된 시선이 만들어낸 편견과 선입견은 그들에게 기생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줬고 결국 그들을 숨어들게 했다.

이 영화는 ‘진짜 전통문화’ ‘진짜 예술인’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조명하고 있다. 이제는 어둠 속에 숨은 그들을 다시금 ‘빛’으로 끌어내 우리 전통문화에 기여하는 한편, 그들에게 씌워진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자 한다.

약 2년이라는 제작기간도 그렇거니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영상대학교 학생들이 영화 제작에 참여해 20세기의 ‘기생’들을 재발견하는 영화라는 데도 그 의미를 더한다. 영화 '기생'의 연출을 맡은 홍태선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영상연출과)를 만났다.

- ‘기생’이란 소재를 선택한 계기는.
“첫째로 편견과 선입견에 씌워져 있는 소재를 선택하고자 했다. 기생에 대해서는 전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기생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상당히 오랜 기간 없었더라. 마침 국악방송과의 공동제작으로 전통문화 소재를 찾던 중, 편견의 프레임에 갇힌 대표적인 경우인 기생을 고민 없이 결정했다.”

- 어떤 편견을 깨고 싶었나.
“기존의 기생 모습들은 주로 술 따라주는 접대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는 예인으로서의 기생에 주목했다. 진짜 기생 얘기를 담고자 했다. ‘권번’은 기생 조합의 일본식 표현이다. 권번에서는 학원이나 교습소를 차려서 기생을 교육하는 일을 하는데 지금으로 말하자면 연예기획사인 셈이다. 그리고 기생들은 예인으로서 지금으로 말하자면 걸그룹이었다. 행사가 잡히면 기생들이 다녀오고, 수익금을 권번과 기생이 나눠 갖는 구조다. 지금의 기획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생’이라 하면 술 접대부로만 알고 있는 편견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깨고 싶었다.”

- 지난달 영화 시사회 반응은.
“1월 20일 서울극장에서 했다. 200여 분 정도 참석했는데 나름대로 성황리에 끝났다고 평가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재미와 의미가 모두 담보됐으면 더 좋겠지만, 의미에 더 치중하고자 했다. 상영관은 상업영화가 아니다보니 많이 확보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앞으로 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에도 상영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영어 번역본을 제작해서 해외 판매 쪽으로도 알아보고 있다.”

-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가장 어려웠던 점은 편견과 선입견이 기존 기생들로 하여금 숨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진짜 기생 얘기를 듣고 싶어서 기획했고, 섭외단계에서도 영화에 출연하신 장금도 선생 말고 한 분 더 있었다. 그분 연세가 90세 정도 됐는데 영화 제작단계 당시만 하더라도, 기생이셨던 것을 숨기면서 아직도 소리를 하러 다니신다고 들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이분과 장금도 선생까지 해서 두 분의 진짜 얘기를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설득 끝에 그분께서도 출연을 승낙하셨는데 촬영을 시작하려 하니 그분 자손이 강하게 반대해서 촬영이 무산됐다. 영화를 두 분 얘기로만 오롯이 흘러가게 하려 했지만, 이게 실패하면서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내려다 보니 집중도나 몰입도가 떨어진 부분이 있다. 상당히 아쉬웠다. 그분들이 지금까지 간직해온 자료나 지금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전 제작 과정에서는 자료를 찾는 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사진이라든지 신명숙 교수의 홈비디오 등 자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수집했다. 섭외됐던 분들의 불발도 있었고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런 어려운 부분들을 작가들이 다 도맡아서 해 고마운 점이 많다.”

- 영화에 사용된 연출 기술에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새로운 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했다. 내용으로 새로울지 표현적으로 새로울지의 사이에서 고민했다. 내용으로는 섭외가 취소됐던 그분만 섭외됐더라도 몰입도 있고 좋은 내용으로 담아낼 수 있었는데 그것이 무산되면서 표현적으로 새로운 것을 찾게 됐다. 옛 그들의 삶을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나 찾아봤는데 사진 자료밖에 없더라. 정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동적인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사진에 움직임을 넣기로 했다. 모자이크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을 그림으로 얼굴에 씌운 것도, 모자이크로 처리하면 쉽지만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찾다가 하게 됐다. 그 작업을 위해 학생들이 들러붙어 석 달 정도 고생했다. 하나하나 얼굴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일러스트를 그렸다. 완벽히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시도나 표현 면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 영상‧연출 대학의 특장점을 잘 살렸다는 평가도 있다.
“맞다. 우리 대학의 특수영상제작과나 편집과, 게임애니메이션과 등의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다. 일러스트는 게임애니메이션과 학생이 담당하고, 사진을 3D 느낌으로 표현한 것은 특수영상제작과 학생들이 맡았다. 사실 전문가한테 맡겨서 제작했다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거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었겠다. 하지만 학생들이 참여해 대학 차원에서 제작하는 영화라는 데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 학생 참여는 어떻게 이뤄지나.
“우리 대학의 ‘Pro TV’에 선발된 친구들이다. 편집, 촬영, 특수영상, 연출 등에서 파트별로 선발돼 있고, 이번 영화에는 15명 정도 학생들이 참여했다. 실제 후반 작업이나 CG, 편집, 음향 등에 학생들이 참여해 작업했다. 학생들도 시급 받으면서 현장과 비슷한 수준의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한다. 적어도 밖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 앞으로의 계획은.
“‘전통 벼’를 다음 기획으로 잡고 있다. 올해 안에 하려고 한다. 토종 벼라고 1500여 종 있던 것이 400여 종만 남아 있다고 들었다. 생김새나 종류가 다양한 전통 벼에 대한 영상제작을 영화로 한 번 더 해볼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현재를 만족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상업영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대학에서 좋은 콘텐츠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한다. 개인적인 성향이 데스크에 앉아 있는 것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책상에 앉아서 행정 업무를 하는 것보다는 학생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계속해서 주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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