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두진 한세대강사ㆍ베이징대 대외한어교육학과박사

지금 중국 고등학생들은 6월에 치를 대학 입시시험(高考: 가오카오)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학생 당사자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인생 최대의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대학에 입학하는지에 따라서 학생의 인생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국가지도자가 모두 중국 상위 대학(베이징대·칭화대·인민대·푸단대 등) 출신이며 언론계, 법조계, 회사 CEO도 대부분 상위 대학 출신이다. 중국의 인구 대비 대학 수는 많이 부족하다. 중국 문교부 자료에 따르면 인구는 약 14억 명인데 대학은 약 2600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약 5000만 명의 인구에 대학 수가 약 400개인 것과 비교해 보면 중국은 우리나라 대학 수와 비교해서 6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입시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입시시험은 총 750점 만점이며 문과 입시는 어문(국어)·영어·수학·정치·역사·지리, 이과는 어문·영어·수학·물리·화학·생물 과목을 치른다. 시험의 구성 자체는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나 중국에서는 지원한 학교마다 입시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이 면접 또한 입시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에 입시생은 필기시험 점수가 잘 나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작년 베이징대학은 입시면접애서 25%가량의 학생들을 탈락시켰다. 이는 대학입시에 있어서 면접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그런데 지난해 면접에서 나온 질문은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본인의 의견 제시’ ‘도널드 트럼프 인터뷰에 대한 본인의 생각’ 등이었다. 이러한 문제 출제는 참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입시생에 대한 면접문제의 도입이다. 우리의 경우 일부 수시나 특기생에 한해 면접을 진행하며 정시응시자는 오직 수능에 의해서만 입학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 대비 대학 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입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둘째로 면접의 주제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이른바 ‘어른들의 주제’로 분류돼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제 갓 성인의 반열에 들어서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주제를 던지고 그에 대한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 흥미롭다.

입시시험은 교육계에 있어서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교육부에서는 매년 대학입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작년 EBS에서 방영한 ‘대학입시의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은 ‘학생부의 두께’ ‘복잡성의 함정’ ‘엄마들의 대리전쟁’ ‘진짜 인재, 가짜 인재’ ‘교육 불평등 연대기’ ‘대학입시,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 총 6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주제를 통해 분석하면 현 입시제도가 지나치게 서면에 의존하고 있으며 학생 본연에 대한 평가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중국처럼 모든 입시생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면접을 진행해 학생 본연에 대한 지식, 사고능력 등을 파악한 후 합격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측의 부담이 커지며 객관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대학입시는 미시적으로는 입시생의 장래에 관한 문제이지만 거시적으로는 우리나라 후속세대 양성에 직결되는 문제다. 현재 교육부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작년 서울 공자학원에서는 ‘수능 절대 평가제도의 도입과 중국어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전국의 중ㆍ고등학교 선생님들과 각 대학 교수진이 모여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었다. 이 문제는 단기간의 연구를 통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우며 지속적으로 정부 관계자와 학자들간에 보다 많은 의견 교류를 통해 개선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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