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그동안 영화에서나 봐왔던 첨단 시대를 살게 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이 고도화됨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이 확산되고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틈새 일자리를 찾아내고 새로이 만들어내는 ‘창직’이 필요한 이유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창직’의 개념과 필요성, 새로운 직업에 대해 고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내 일자리는 내가 만든다는 ‘창직’의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건 불과 10여 년 전이다. 그마저도 거듭되는 취업난을 벗어나기 위해 개개인들이 ‘먹고살 궁리’ 끝에 일종의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을 해오던 것이 전부다. 그러다 최근 1~2년 새 ‘창직’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활용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당 분야에서 수익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창직의 개념을 이와 같이 설명한다. 개인의 지식이나 기술, 능력, 흥미 등을 활용한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문화예술, 제조,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창직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2011년부터 ‘창조캠퍼스 지원사업’으로 창직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 경진대회 등을 진행, 창직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창직 프로그램에 52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대중문화, 예술, 콘텐츠 분야에서 50개가 넘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창직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들도 최근 2~3년 새 늘고 있는 추세다.

■관심 분야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일거리가 보인다 = 자신의 흥미와 역량, 취미와 특기에 걸맞은 직업을 스스로 만든다는 매력 때문에 ‘창직’이 급부상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창직’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다.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는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

이정원 한국창직협회장은 “창직의 경우 직업보다 직무가 우선인데 상담을 해보면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것’ ‘대한민국 1호’ 등 지나치게 거창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자신의 전공, 관심사, 하고자 하는 직무를 중심으로 흐름과 변화를 파악해 직무의 변화에 따른 대비를 하는 것이 창직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전기자동차 보급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자동차산업계에 급격히 불고 있다. 자동차 정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추세에서 전기차 정비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새로운 일거리가 보이고 그것이 창직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정리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든 윤선현씨는 대한민국 1호 정리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이미 미국에서는 보편화된 직업군이다. 이정원 회장은 “해외의 동향을 살펴 국내에 필요한 직업을 들여와 시작하는 것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창직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취·창업 넘어 창직의 시대…창직캠퍼스 생태계 조성해야 = 예전에는 일자리도 많았고 직무의 변화가 더딘 사회였기 때문에 한 가지만 잘해도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고 나면 모든 것들이 바뀌어 있을 만큼 쉴 새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이기에 취, 창업만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대학에서도 취업 및 창업과 더불어 창직도 졸업 후 진로의 일환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창직형 취업, 창직형 창업 등 창직이 더 상위 개념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창업학과 주임교수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사업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기업을 만드는 창업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틈새 직업을 찾는 창직이 중요하다는 점을 최근 강조하고 있다”면서 “교수로서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 전공을 활용해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하는데, 창직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학 내 기구로 ‘창직지원단’이나 ‘창직지원센터’ 등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학생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창직 컨설턴트가 학내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이정원 회장은 “창직이 취업률 제고에도 유용한 만큼 창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춘 창직캠퍼스를 조성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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