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순 본지 고문,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 이대순 회장

올림픽과 엑스포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이 부활시킨 근대 올림픽(제1회 1896년 아테네)은 영국의 앨버트 공이 주도한 엑스포(1851년 런던)와 함께 그 이상의 구현과 더불어, 개최국의 국위선양에 크게 기여하면서 세계적인 양대 행사로 발전해왔다.

산업화가 서구라파에 뒤처졌던 동아시아의 한ㆍ중ㆍ일 삼국도 이 양대 행사의 개최를 계기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1950년 한국전쟁을 경제 특수의 기회로 삼아 모든 산업을 전전(戰前)으로 복원하고,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로 뻗어나가 1970년 오사카 엑스포 개최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전해왔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동구라파의 장벽을 넘어 세계 무대로 당당히 등장했고, 1993년 대전 엑스포를 개최해 경제력과 기술력을 과시(誇示)하면서 세계적 산업국가로 도약해왔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새로운 경제대국으로의 도약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올림픽과 엑스포는 주최국의 경제·사회발전을 고양시켜 왔을 뿐 아니라, 국위선양과 국가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해왔다 할 것이다.

2018년, 선진 7개국 대열에 합류하는 해

금년은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30년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우리나라가 개최한 뜻깊은 해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달리, 선진국들의 잔치라고 일컬어 왔듯이 역대 개최국들은 모두 선진국들이었다. 따라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은 바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독일ㆍ러시아ㆍ이탈리아 등 6개국이었으며 한국이 그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 그리고 2018년은 우리나라가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명)’에 일곱번째로 가입할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인구도 5000만 명이 넘는 국가는 지금까지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이들 국가들이 인구가 적은 캐나다(3500만 명)를 제외한 이른바 G7 국가들이란 점을 감안할 때 ‘30–50’고지는 도달하기 쉽지 않은 기념비적인 지표다. 이는 올해 우리 경제가 예측대로 호조를 이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8831달러에서 4.2% 증가한 3만88달러에 이르게 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하간에 2018년은 한국이 선진 7개국 군에 진입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뒤돌아보면 이것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아니고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땀과 눈물로 이룬 결과라고 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도전

행운의 기회에는 이를 가로막는 악재도 잠재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실험발사로 조성된 최악의 안보위기, 한반도 주변 강대국 간 신냉전체제의 재현, 보호무역주의의 태동과 세계자유무역주의의 붕괴 위기 등 우리가 헤쳐 나가기에는 버거운 고지(高地)들이 첩첩이 쌓여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면서 ‘선진 강국’을 건설해야 한다. 이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이 다시 발휘돼야 한다. 정치권은 국민이 공감하는 국가의 미래 비전(Vision)을 제시하고, 선진국 진입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철폐해 국민의 자유로운 창의가 발현되는 신명나는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 지도층의 헌신적인 봉사자세가 국민의 심금을 울릴 때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력이 발휘되고 역사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돼갈 것이다. 이 동력으로 명실상부한 선진국 체제로 전환해 진출해 나가는 것이 2018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교육으로부터 시작하자

우선 교육체제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해 변화와 발전을 주도해나갈 인재를 양성해 나가야 한다. 교육정책의 입안과정도 혁신해 선진국답게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교육정책심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교육전문가와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지도급 인사로 구성하고 공개적인 토의와 심의를 거쳐 국가 교육정책이 입안돼야 한다. 먼저 시급한 과제로는 국가의 장기적인 교육목표와 방향(Grand Design)을 정립하는 일이다. 그리고 각급 교육기관은 이 목표와 방향(Grand Design)에 의거한 자유롭고 창의적인 자체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세워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고등교육분야의 혁신은 시급한 과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등교육진학 인구가 급증해 우리나라는 단기간 내에 정예교육단계(진학률 15% 미만)와 대중교육단계(진학률 50%까지)를 넘어, 보편화교육단계(진학률 50% 이상)에 접어든 지 오래고, 극도의 다양화를 특징으로 하는 후기 보편화교육단계에 들어서 있다. 고등교육의 내부적 변화에 상응하는 대학의 구조와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채, 각 단계의 체제가 혼동(混同)돼, 내부 구성원 간 갈등으로 대학은 정체(停滯)된 상태다. 여기에 겹쳐 급격한 진학 인구의 감소와 치열한 국제 경쟁,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반값등록금이라는 포퓰리즘적 구호로 촉발된 대학재정의 핍박(逼迫)으로 대학은 5중의 중압에 시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대학의 위기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다. 이제 우리 교육이 선진국 체제로의 대전환을 달성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회복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국제 경쟁의 냉혹함을 구태여 강조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토탈사커 하듯이

미래로 향한 국제 경쟁은 지금 대학에서 시작돼야 함을 다시 인식하고 규제일변도의 고등교육시책을 과감하게 탈피,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대학의 자유와 자율을 신장해 특색 있는 다양한 경쟁체제를 갖춘 대학의 구조개혁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대학의 평가 체제도 선진국처럼 제3자 평가로 전환하고 진학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자율적 퇴로도 마련돼야 한다. 대학교육의 발전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뒷받침이 보장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OECD 회원국 수준의 고등교육재정지원 체제를 제도적으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는 선두주자 국가들을 추수(追隨)하는 Fast Follower 전략으로 오늘까지 발전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First Mover가 돼 우리 스스로 미래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후발 국가는 우리를 추월하려고 줄달음쳐 오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서로 앞 다투는 냉혹하고 치열한 경쟁으로 Total Soccer 전략을 구사(驅使 )하고 있다. 축구 경기 중 모든 선수가 자기 포지션과 관계없이 총공격에 가담하는 전략을 Total Soccer라고 하듯이 이제 우리도 온 국민이 합심·협력해 Goal문(선진국)을 향해 전력질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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