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기 본지 논설위원/숭실사이버대 부총장

▲ 김은기 부총장

종전 ICT 분야에서 거론되던 ‘융합(convergence)’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혁신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현상이 사회 모든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딱딱한 느낌의 사법 분야에서도 전자소송 나아가 사이버 법정(Cyber Court)이라는 고객 친화적인 법무서비스의 구축이 논의될 정도이니 가히 사방이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장식돼 있는 느낌이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래 인재양성, 4차 산업혁명, 자기주도 학습, 창의성, 융합교육 등 키워드들이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 교육부에서 창의·융합교육 계획을 몇 년 전에 발표한 바 있다. 아이디어, 사물, 기술, 접근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독창적인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미래에 더욱 중요한 가치를 생산해낼 것이라는 기대에서 초기 학교 교육에서부터 그러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는 이념에서 나온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에 학문, 학제 또는 과목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허물어 보다 자유로운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융합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학과목이나 학과의 구분을 녹이는 것에서부터 대학의 융합 나아가 아예 학생이 자기가 원하는 커리큘럼을 구성해 필요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안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창의·융합교육의 성공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일까 잠깐 생각해보게 된다. 수많은 성공변수가 작용하게 되고 또 거론되지만, 교육관련 법제도의 부드러움이 아닐까 한다. 과거 ICT 분야의 디지털 융합이 기술혁신과 규제완화의 물결 속에서 속도가 붙은 것을 감안해보면 사회 각 분야의 융합현상도 관련 법제도가 딱딱하게 버티고 있는 한 융합교육 시스템의 성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경성법과 같은 고착적인 법제도는 튼튼하고 안정적이며 기능·모양·성질 등을 정해 놓아 우리가 따라가기에는 편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기 쉽고, 연성법과 같은 부드러운 법제도는 실체가 없는 것 같고 안정적이지 않으며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막막할 수도 있지만 조금 길이 들면 필요한 대로 원하는 기능·모양·성질을 창출해가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여기서의 법제도는 단순히 정부 차원의 법제도만이 아니라 예컨대 고등교육 분야의 경우 학교의 각종 학칙이나 규정 나아가 관행이나 사회적 인식까지도 포함해 말해야 할 것이다. 융합이 되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가 함께 녹아들어야 하고 서로 아귀가 맞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창의·융합교육은 종전의 교육 관념을 통째로 바꾸다시피 하는 것인 만큼 그 성공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변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은 유례가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각종 학교 및 대학원의 종류, 교원의 종류, 수업연한, 입학정원, 입학전형 등에 관한 관련 법규의 적극적인 재검토, 대학 및 학과의 줄 세우기와 같은 사회적 인식, 교육 예산의 지원 나아가 취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전공 여부 등 기존 사회적 틀에서 암암리에 존재하는 관념의 틀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 보다 유연하고 새로이 등장하는 교육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산실의 틀이 창의·융합교육에 마련됐으면 한다. 여러 법제도의 부드러움이 창의·융합교육에 관한 우리의 희망이 아닌가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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