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사업 연계 압박에 부담" vs. "비교과 살린 수시 취지 부합"

"학령인구 급감으로 수능 최저학력 기준 의미 없어져"

대학ㆍ학과마다 사정 고려 안해…대학 자율성 침해 우려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부가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라고 대학에 권고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역과 수도권 대학 간 온도 차가 뚜렷하다. 학교ㆍ학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교육부가 대학들에 보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 안내문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학생 수험 부담 완화의 측면에서 폐지를 권장”한다고 명시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학 대상으로 고교교육 내실화 및 학생·학부모의 대입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대입전형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올해 사업예산은 559억4000만원으로 65개 내외 대학을 선정・지원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의 합리적 활용 및 개선노력 지표’에서 “지원사업에서 수시모집 내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축소·폐지는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못 박았다. 사실상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4년제 대학 중 수시모집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곳은 70%가 넘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을 포함한 125개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백광진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장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국가에서 공인한 수능을 통해 학업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중앙대는 유지하기로 했지만, 재정지원과 연계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재운 영남대 입학처장도 “수능은 국가에서 주관하기에 공정한 성적이다”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다면 변별력이 떨어져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환영하는 의견도 있었다. 비교과 활동을 반영하는 수시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수능을 이중으로 대비하는 고생을 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입에 떨어진 학생이 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영근 선문대 입학처장은 “수시는 학생부 중심의 전형인데 여기에 수능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학력보다 학생의 인성을 고려해 선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놓고 지역별로 의견이 갈리는 데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지역 대학은 교육부 권고로 인해 마지못해 폐지하는 방향이라면, 지방 대학은 꼭 재정지원사업과 연관돼서가 아니라,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민준식 경동대 입학홍보처장은 “2년 새 수험생 13만명이 줄어든다. 수험생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뜻”이라며 “학생을 골라서 뽑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고교교육 지원사업 신청서 접수를 3주 남은 상황에서 공문으로 통보해 대학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욱 동명대 입학처장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별ㆍ학과별 맞춤식 기준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와 머리를 맞대서 묘수를 찾는 것이 낫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정영옥 동신대 입학처장도 “전공마다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지침을 주면 최대한 따르되 사정에 맞게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는 8월 수능절대평가 전환 여부를 앞두고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교육부는 “매년 공문으로 사업 세부내용을 안내해왔다”며 “수능 최저학력 폐지도 꾸준히 권고해온 상황이다. 수능 영향력을 줄이는 의도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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