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 이메일 인터뷰…“AI-무기 연구하려는 타 대학들에 중요한 선례 될 것”

“무기 제조업체와 어떻게 협력하나” 의구심 여전
한화시스템 당혹 “40년간 무기 만든 일 없는데…”
KAIST “재차 해명할 것…1년 뒤 연구주제 바꿀 수도 있어”

▲ 토비 월시 UNSW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화시스템의 공동 연구를 문제 삼아 KAIST와의 공동연구 ‘보이콧’을 주도한 토비 월시(Toby Walsh) 교수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KAIST의 뜻을 확인한 ‘하룻밤만의 성공(overnight success)’을 거뒀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양 기관이 공동 설립한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의 연구과제와 협력 기업의 성격을 문제 삼으며 여전히 해명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여파가 외신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자 KAIST와 한화시스템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5일 토비 월시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인공지능)는 본지 취재진이 보낸 이메일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번 일은 인공지능(AI)과 무기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하는 다른 대학들에게 강력한 선례를 제시한다”며 “보이콧에 동참한 동료들의 뜻을 물어야 하겠지만, 나는 그들이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현지시각 4일 토비 월시 교수를 포함한 29개국 59명의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KAIST와 한화시스템이 공동 설립한 국방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가 공격용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공개 서한을 통해 공동연구 보이콧을 발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일본 <교도통신> 등 주요 외신도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이들에게 서신을 보내 연구센터 설립 목적이 살상용 무기 또는 공격용 무기 개발에 있지 않다고 해명하며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토비 월시 교수는 이메일 회신에서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다”며 “KAIST의 사명이 인류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면, 클러스터 폭탄과 더불어 이미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무기를 만들어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무기 제조업체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센터가 개소식에서 우선 연구과제로 선정해 발표한 ‘AI 기반 지휘결심지원체계’, ‘대형급 무인 잠수정 복합항법 알고리즘’도 문제를 삼았다.

▲ 지난 2월 20일 KAIST 국방 인공지능 융합 연구센터 개소식에 참여한 한화시스템 장시권 대표이사(왼쪽)와 KAIST 신성철 총장(오른쪽).(사진=KAIST)

이에 한화시스템 측 한 관계자는 “40년 역사를 통틀어 살상무기를 일절 만든 일이 없다. 1978년 설립된 삼성항공을 모체로 하는 방위산업체로 현재까지 레이더, 군 첨단 장비 개발을 수행해 왔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 KAIST 연구처장(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무인 잠수함을 운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algorithm)이지 무기 개발은 아니다. 군사용만이 아닌 상용 시스템도 상정하고 있다”며 “국방에 인공지능이 들어가면서 과장된 보도가 나온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월시 교수와 직접 통화해 연구센터의 연구 내용을 다시금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또 “(신성철 총장의 해명은) KAIST가 대외적으로 인간 존엄에 반하는 연구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년 계약이 끝나면 주제를 바꿔 살상 무기와 일절 관련 없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KAIST에 따르면, 토비 월시 교수는 오는 13일부터 닷새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 KAIST 연구진의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호 연구처장은 “외교부 당국을 통해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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