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겁나 빠른 취업》 저자

존재만으로도 빛이 난다는 18학번들이 대학가 캠퍼스에 들어온 지도 한학기가 지났다.

18학번 신입생들의 대학 생활이 취업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얍삽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력서 한 칸 한 칸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가뜩이나 선배학번들이 유례없는 취업한파로 몸을 사리고 있으니 18학번들이 이번 여름방학을 허투로 넘길 수 없다.

1학년 때 아니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시간이 없기에, 놀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매일 같이 놀 필요는 없다. 꿈을 위한 철저한 노력까지는 안 해도 좋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를 1학년 때 알아내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1년 동안 노력해도 찾는 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취준생(취업준비생)들에게 자기소개서 클리닉을 실시하다 보면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 라는 항목에서 “후회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직무와 관련된 경험은 돈 때문에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던 아르바이트나 스펙 때문에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진행한 인턴 경험이 아니라, 하고 싶었고 재미있으니까 다른 이유는 필요 없던 아르바이트나 인턴경험을 말한다. 

그렇다면 취업할 때, 경험과 스펙 중 무엇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까? 스펙이 상대적 강점이라면 경험은 절대적 강점이다. 스펙은 비교 대상보다 더 나은지, 얼마나 더 나은지를 판단할 수 있지만, 경험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절대적인 강점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지원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저마다 다른 스펙을 지니고 있다. 누구는 학점이 4.0 이상이고, 누구는 토익 점수가 800점 정도가 된다. 또 누군가는 출신 학교가 1등급이고, 또 누군가는 자격증을 다수 보유했다. 이렇게 저마다 각기 다른 스펙을 자랑하고 있으며 저마다의 스펙으로 면접관은 지원자들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절대적인 경험이 나온다. 10명의 지원자 중 누군가가 인도의 한 특급 호텔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경험만으로 보면 그리 대단한 것도 특별한 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원한 회사가 인도에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른 지원자에 비해 학점이 조금 낮더라도, 토익 점수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학벌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자격증이 많지 않더라도 그의 6개월 인턴 경험은 다른 지원자들의 스펙을 넘어서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험이 가진 절대적 강점이다.

면접관은 골리앗만을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골리앗마저 무너뜨릴 잠재력을 지닌 다윗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회사가 사람을 선택할 때는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이 회사에 입사해 얼마나 더 성장할지, 얼마나 회사에 잘 적응해 자신의 몫을 해줄지를 기대하며 선택한다. 지원자가 지금 가진 스펙으로 얼마나 잘 일할지가 아니라, 이 스펙으로 회사의 일을 얼마나 빨리 배우고, 잘 적응할 수 있는지의 잠재력을 기대하는 것이다. 경험은 잠재력을 표면적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스펙이 '이 지원자는 이 스펙으로 어느 정도 회사에서 적응하며 성장할 수 있겠군'을 보여준다면, 경험은 '이 지원자는 00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겠군'을 보여주게 된다. 그야말로 상대적 강점이 아닌, 절대적 강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스펙 쌓기 활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 스펙은 분명히 필요하다. 기본적인 스펙과 경험의 차이를 말한 것이지, 스펙이 되지 않으면 지원조차 불가능하며, 업무를 이해조차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스펙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스펙 쌓기의 함정에 빠져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라는 뜻이지, 스펙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쉽게 말하면, 남들과 비교해 조금 더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스펙보다는 차별화된 본인만의 경험으로 'only one'이 돼야 한다. 남들보다 나은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취업은 저 수많은 회사원 중 한 명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나의 능력을 펼칠 무대를 찾는 것이다. 따라가기 급급해서는 그 자리에 계속 머물게 된다. 나를 드러내는 취업이 돼야 한다. 앞서 나가는 누군가가 아닌, 나를 보고 나를 찾아가는 길에 취업의 문도 열려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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