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립 40년 앞두고 4대 혁신과제 추진, 구성원 소통 노력 눈길
교수, 학생, 기업 3축으로…모두를 만족시키는 ‘매트릭스 교육’
경인지역 15개 대학과 복수학위 ‧ 외국어교육 ‘GLI’ 지역상생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총장 조동성)에 2018년은 각별하다.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국비 862억원을 처음 확보했다. 국립대학법인 출범 5년 만이다. 조동성 총장은 신년사에서 “다른 국립대학의 예산이 삭감되는 와중에 성과를 낸 것은 모두가 한뜻이 돼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사여구가 아니다. 인천대 학생들은 2015년 인천시의 교부금이 적다고 판단, 총장실이 아닌 인천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1979년 사립으로 출범한 인천대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설립자를 내쫓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인천대는 구성원과 대학 운영을 놓고 협의하고 상생한다.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대학 발전 동력으로 활용한다. 조 총장은 “자신을 100% 활용해 학교 성장을 이끌라”고 주문한다. 지난해 연구지원 체계 구축, 산학협력형 매트릭스 연계전공, 경인지역 대학연합, 단과대학 자율성‧책임성 강화 등 기반 다지기에 주력했다. 고용노동부 진로·취업선도대학,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에서도 전국 1위로 선정됐다. 교수 1인당 국제학술지 실적도 0.47편에서 0.51편으로 늘어났다. 공과대학의 경우 1.04편으로 서울대(1.44편)를 따라잡았다.

인천대는 지난해 성과를 기초 삼아 올해 4가지 혁신을 추진한다. 5개 ‘봉우리’에 해당하는 특정 연구과제 집중 투자는 교수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사회 수요를 반영하는 교육 혁신안 ‘매트릭스칼리지’는 기업과 학생들의 동참이 과제다. 여기서도 구성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함께 내놓았다. 해외인턴제도는 대학이 권한을 내려놓고 학생들이 스스로 구성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 구조조정 없는 매트릭스형 학사제도 ‘전통‧현실’ 기대 부응 = 인천대의 교육혁신 ‘매트릭스형 교육’도 눈길을 끈다. 사회 수요가 적은 순수학문의 학생 정원을 축소하는 기존의 구조조정이나, 소외 학과를 통폐합하는 편제개편을 택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대학의 책무인 철학, 사학과 같은 기초학문을 살리는 동시에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교과과정을 제공한다.

긴 안목으로 기초 순수학문을 육성하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X측으로, 졸업생의 사회진출을 위한 취·창업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현실적 역할을 Y축으로 나눈다. 이 체제를 선택하는 학생은 4년 동안 각 축에서 하나씩을 선택해 부여된 학점을 이수한다. 졸업에 필요한 130학점 중 3분의 1을 X축에 있는 전통과 Y축에 있는 현실에서 선택한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40여 점은 개인의 희망대로 택할 수 있다. 교양을 비롯한 일반선택과목 중에서 택하게 된다.

Y축의 사회가 원하는 교육은 '대학 속 기업'이라는 개념이다. 기업이 원하는 대학 졸업생의 조건은 기업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취지다. 기업이 직접 신입사원이 갖춰야 할 조건을 교육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게 하고 Y축에 배치했다. 이미 기업, 시민단체(NGO), 연구소 등 27개 기관과 각각 양해각서(MOU)를 맺고 각 기관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민감한 학사제도 개편을 인위적인 개혁이 아니라, 현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다.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학문적 전통이 깨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모든 사람들이 간과했던 숨겨진 70학점을 찾아내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조 총장은 “교육과정을 짜는 권한을 기업이나 기관, 정부에 부여해 대학이 일종의 플랫폼이 되는 셈”이라며 “3분의 1은 기초과목, 다른 3분의 1은 사회가 요구하는 교과, 나머지 3분의 1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한다면 학사구조개편으로 한쪽만 줄이는 게 아니라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 경인지역 복수학위, 시민 개방 ‘글로벌어학원’ 지역상생 = 인천대는 인구 1500만이 거주하는 경기‧인천의 유일한 거점국립대로서 지역과도 상생하려 한다. 9월부터 경인지역 대학 15개와 함께 복수학위제도를 시작한다. 경인지역 대학생 16만9000명은 다른 15개 대학에서 두 번째 학위를 이수할 수 있다.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입학 시에 선택한 전공을 이수한 다음, 또는 이와 동시에 복수학위제도를 통해 원하는 다른 대학으로 가서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다른 전공학과를 이수할 수 있게 된다.

인천대는 복수학위제도가 정착해 거점국립대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궁극적으로 전국 대학으로 제도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이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국장은 "경직된 학사제도를 유연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해외 대학과 국내 대학 간에만 허용했던 복수학위제를 국내 대학 간에도 허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복수학위를 전면 허용한 직후, 경인지역대학총장협의회 회장교인 인천대가 복수학위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도록 이끈 것이다.

2월에는 송도 갯벌타워 13층, 이비즈센터에 글로벌어학원(GLI)을 열었다. 한국어학당과 외국어교육센터, 공자학당을 결합, 재학생 위주의 외국어교육기관을 새롭게 개편한 조직이다. 인천대 재학생과 300만 인천시민 누구나 세계의 언어를 자유롭게 배우고 접할 수 있도록 기회와 선택의 폭을 확장했다. 무료 공개강좌를 한 달간 운영한 데 이어, 인사혁신처의 지역 거점 교육기관으로 등록해 인천지역 국가직 공무원 교육을 맡고 있다.

영어트랙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외국인을 위한 제2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 과정인 ESL도 신설해 눈길을 끈다. 인천대가 추진 중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을 염두한 포석이다. 인천대는 현재 하와이주립대학, 위버주립대학 등 외국 대학들과 공동 혹은 복수학위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조 총장은 호상방조(互相邦助)를 강조하며 “언어는 상호교류가 그 중심이 돼야 배우는 데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의미”라며 ‘세계화의 전진기지로 ’세계 언어교육원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학생 스스로 방법 찾는 ‘자율’ 해외인턴제 = 인천대는 학생 관련 프로그램도 학교가 주도하지 않는다. 학생의 창의성과 탐구정신을 살려주기 위해서다. 학생 스스로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바꿔놓았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인턴 지원 프로그램이다. 인천대는 지난 2010년 해외인턴 파견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매년 100~150명 이상의 해외인턴을 미국, 호주, 중국 등 여러 나라에 활발하게 파견해왔다. 하지만 다른 대학과 비슷하게 인턴을 선발해 해외기업과의 ‘잡매칭(job-matching)’까지 연결해주는 방식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파이어니어(pioneer) 해외인턴 프로그램’은 다르다. 학생 스스로 해외기업의 인턴 일자리를 구해오는 게 시작이다. 인턴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을 학교에서 면밀히 평가해 지원금을 결정한다.

작년 이 제도를 통해 해외에 나간 학생들은 전체 해외인턴의 15% 정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해외인턴 담당부서인 국제교류원이 적극적인 홍보와 독려에 나서 40%로 확대됐다. 인천대는 비율을 해마다 높여 오는 2020년 해외인턴 전체를 파이어니어 인턴으로 대체하겠다는 구상이다.

파이어니어 인턴제도의 활성화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기존에 미국, 호주, 중국 등 특정 국가로 한정돼 있던 해외인턴 파견국가가 올해는 동티모르, 폴란드, 네덜란드, 멕시코,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학생 스스로 인턴자리를 찾다보니 국가에 얽매이지 않고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학생 스스로 해외인턴 자리를 직접 찾아나서는 도전정신을 키워주기 위해 다양한 국비지원 해외인턴 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인천대는 올해 글로벌현장학습 프로그램에 지원, 총 4000만원에 달하는 국비를 받아 7명을 독일과 호주에 파견하기도 했다.

중국전문가를 키우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장보고 해외인턴 프로그램도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인천대는 중국 상하이 지역에 있는 화동사범대와 대외경무대학과 손잡고 어학연수와 인턴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보고 인턴을 연간 50~100명씩 보내고 있는데, 이들이 인턴을 하고 돌아온 후 중국 현지기업 취업에 성공하거나 국내기업 중국 관련 직무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천대 국제교류원 관계자는 “장보고 해외인턴은 인천대만의 특화상품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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