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수도권 쏠림현상 심해져

기회 균등 전형은 유명무실해져…법제화 움직임도
대학, 자율성ㆍ실효성 우려…각양각생 해법 내놔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기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입시 전형이 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전형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 '커넥츠 스카이에듀'가 지난해 진행했던 수능 가채점 입시 설명회 모습

서울대가 지역ㆍ고교별 편중을 해소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지역균형선발 전형’에서 서울과 수도권 고교 출신 합격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아울러 수도권 출신 합격자는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지역 인재를 고르게 뽑는다는 취지에서 지역균형선발로 명명했으나, 인위적인 할당이 어렵다고 판단해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입 초기에는 출신 지역 간에 적절한 안배가 이뤄져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최근 5년 새 지역별 편차는 심해지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역균형전형 입학생 비율은 서울이 25.7%로 가장 높았다. 경기(19.5%)와 인천(6.4%)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입학생 비율은 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수도권 쏠림현상은 높아졌다. 서울 고교 출신 합격자 비율은 2013년 20.5%에서 2018년 25.7%로 늘었다. 반면, 지방은 2013년 55.5%에서 2018년 48.4%로 감소세가 뚜렷했다. 

■ 교육기회의 균형 취지 살리려면…자율에 맡기되 책임 높여야= 교육부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하는 전형을 두고, 각 대학이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어촌학생,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특성화고 졸업생, 장애인 대상자 등 전형이 포함된 ‘고른기회전형’이 있다.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각 대학이 입학전형에 반영하고 있지만, 이행수준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자 강제하도록 법제화하자는 움직임도 나왔다. 지난달 10일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농어촌 지역의 범위를 농림·축산·어업에 종사하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해 동(洞) 지역까지 포함하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대한 특별전형 선발을 법률에 명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대학들은 자율성 훼손과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홍정일 서울여대 입학처장은 “서울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수도권 대학들도 고른기회전형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무적 부분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정영근 선문대 입학처장은 “농어촌 학생들이 줄어 충원에 어려움 겪고 있어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며 “기회 균등의 취지를 살리면서 이런 전형들을 경쟁력 있게 운영하는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소득층 전형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법으로 강제한다면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을 저해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영옥 동신대 입학처장은 “정원 외로 선발하면 지원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기 때문에 지방 대학에서는 부담이 된다”며 “농어촌과 저소득층 전형을 고른기회전형 내 묶어서 정원 내로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른기회전형과 관련해 고교기여대학사업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들도 이를 염두에 둬 선발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일반전형보다 지원자 풀이 다르기에 대학들이 염려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입학 후 학교생활에 연착륙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대학에 적응하도록 신입생 아카데미를 열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의과대 정신건강의학과와 협력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가진 자율성을 보장하되, 해당 전형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학이 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류만희 상지대 입학처장은 “고등교육법이 지향하는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게끔 정부가 지침을 주고, 제대로 이행되는지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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