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산 본지 논설위원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프라임사업단장)

많은 대학이 신입생과 재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일반대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지 오래다. 일반대학원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지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반대학원 위기 원인으로는 재학 시 얻을 수 있는 혜택 부족, 졸업하고 사회로 나왔을 때 학자로서 혹은 전문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 감소,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대학원생에게는 장학금이나 생활비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대학 재정 악화로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또 재학생이 감소하면서 개설 교과목도 줄어들고 수업 질까지 하락하고 있다. 일부 교수의 탈선으로 치부하지만 교수와 학생 간의 수직적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갑질’이나 대학원생으로서 학업과 연구가 아닌 행정업무나 과제에 시간을 투입하는 일도 상존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 연구원 자리나 교수 자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학문 분야에 따라서는 교수 자리가 하늘의 별 따기인 지 오래라 박사 학위 취득 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안타까운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학원 위기, 나아가 학문 후속세대 단절 위기에 대해 필자가 제안하려는 대안은 두 가지인데, 이는 모두 개별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또 대학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대학원 활성화가 아니라,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학문 특수성을 감안해 예체능계열과 의·약학계열은 제외하고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로 구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연합대학원 운영을 제안한다. 연합대학원 개념은 별도 법인을 설립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 과정을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대학원 협동과정의 확장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다양한 영역별로 대학이나 연구소 소속의 우수한 교수·연구원을 모아 학위과정을 구성하도록 지원하고, 학생들은 개별 대학의 대학원으로 입학한 후 의사에 따라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받으며 연합대학원에서 제공하는 학위과정을 선택해 이수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학위과정을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학과 틀에서 벗어나 의제 중심으로 구성함으로써 다양한 분야 학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대학원생 역시 재정지원과 함께 여러 우수한 교수들로부터 양질의 교육과 논문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 분야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공계열의 경우 대학원 재학 과정에서의 지원과 졸업 후 지원으로 구분해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재학과정에서의 지원과 관련해 기존 BK 사업을 확대해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함께, 학위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연구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졸업 후 지원과 관련해 박사학위를 받은 신임 연구자 중 선발을 통해 정부 재원으로 일정 기간 인건비와 연구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공계 출신 박사들이 국내외에서 박사 후 과정을 이수하지만 신분 불안정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으며, 연구자로서의 길을 포기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국가적 손실이다. 가칭 ‘국가연구원’ 제도를 통해 정부가 젊은 이공계 출신 박사 연구자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정부출연연구소를 중심으로 정규직 연구원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노벨상이 국가적 목표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상자들은 20대 말부터 30대 초반까지 연구 활동이 가장 뛰어난 시기에 이룩한 성과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비슷한 시기 신분적 불안정을 겪는 환경에서 노벨상을 꿈꾸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요컨대 BK 사업 확대, 논문 연구비 지원, 국가연구원 제도 운영을 통해 한창 연구 역량이 뛰어난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맞춤형 지원을 통해 훌륭한 연구자를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해야 한다. GDP 대비 R&D 예산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글로벌 경쟁을 하지 않는 의사, 공무원, 법률가, 교사로만 몰리는 비극적 상황은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