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대학 기본역량 1단계 진단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학가가 초비상이다. 진단결과에 따라 2019학년도부터 2021학년도까지 3년간 정부의 재정지원 수혜 여부가 판가름 난다. 우선 권역별 진단에서 50% 내에 속해야만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혜 대상이 된 대학은 만세를 부르면서 한숨 돌리겠지만 반면 혜택을 받지 못한 대학은 또 다시 2단계 진단을 준비하느라 하계방학을 반납한 채 모든 구성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학령인구의 절대 감소로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재정지원을 받지 않으면 대학의 존립마저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이뤄지는 올해 일부 대학들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입학에 있어서는 안전지대라 여겼던 수도권 대학마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방대학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학령인구 절벽시대라 일컫는 2023년은 고교 졸업자 수가 40만 명대로 줄어 재정상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는 많은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구조개혁을 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며 재정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대학들은 결국 폐교라는 최후의 선택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학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을 예측해보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대학들은 재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긴축재정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고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정에 놓이게 된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신입생 유치가 어려운 학과를 통폐합하고 수많은 교수들이 전공 전환을 유도당해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 대한 자괴감마저 들 것이다. 그 위기감을 대학들은 당혹스럽게 느낄 것이다.

전문대학은 거의 모든 대학들이 사학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로 국가가 책임질 부분이지만 그동안 사학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 오늘날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력에 엄청난 힘을 실어온 것은 사실이다. 단지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을 통한 물리적인 폐교의 처방만이 능사인지 의문이 든다. 교육은 지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후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대학으로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하다. 대학 자체의 구조조정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정부의 관심도 절실히 필요할 때다.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GDP 대비 1.1%)까지 늘리고,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을 직시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 스스로 생존전략을 찾아 경쟁력을 키우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극한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세움과 동시에 자생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구성원들을 보듬어주는 허들링(Huddling) 정신이 필요하다. 허들링이란 남극의 펭귄들이 혹한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영하 50도의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의 전체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서로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바꿔가며 극한의 추위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찬바람을 대신 막아주는 감동의 행위를 말한다. 앞으로 닥쳐올 어려운 교육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서로의 믿음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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