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의 미리내 ⑦] 정부 R&D는 관료 출신 아닌 과학기술자가 결정해야
[ESC의 미리내 ⑦] 정부 R&D는 관료 출신 아닌 과학기술자가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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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서울연구원 산업공학박사
▲ 김동근 산업공학박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부 R&D 기본 철학이 없는 것 같다." "R&D는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과학자의 말을 잘 안 들으려 한다." "단적으로 정부 산하단체장은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분들의 논공행상 자리로는 곤란하다. 60~70대 중에 경륜을 펼치는 분들도 계시지만 단지 그분들 세상에서만 오가는 얘기일 수 있다."

정부 R&D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젊은 과학기술자가 했을 법한 위의 말들은, 다름 아닌 대통령 직속 위원회(자문회의)의 위원장과 부의장의 말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네오위즈를 창업한 바 있는 블루홀(배틀그라운드 제작)의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대통령 직속) 위원장과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포스텍 교수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정부 과학기술 최고 자문·심의 기구, 의장: 대통령) 부의장이다.

거침없는(?) 두 분에 비해 기존의 정부 관료들은 어떨까? 우선 정부 관료들이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한들, 인사고과나 승진에 신경 쓰기 바쁜 공무원들이 이들처럼 정부 비판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한들, 공무원 은퇴 후 공공기관이나 유관기관 임원으로 낙하산 가고자 하는 공무원들이 이런 생각을 정책으로 옮길 수 있을까?

또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신산업이 나오는 요즘 시대에 연구 경험이 전혀 없거나 연구현장을 수년 전에 떠난 공무원들이 창의와 속도가 중시되는 R&D분야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을까? 수십 년 동안 봐왔듯이 과학기술분야 공무원도 공무원일 뿐, 공무원은 과학기술 연구현장의 얘기를 듣기도 어렵고 들어도 과학기술자의 고충을 자신의 고충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윗사람 눈치 보느라 윗사람이 불편해 할 만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과학기술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과학기술 정책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는 평가시스템이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관리‧감독하려다 보니, 비전문가는 불필요한 평가 제도를 양산하고 전문가들은 비전문가들을 설득시키거나 속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체평가, 상위평가, 중간평가, 특정평가, 종료평가, 추적평가 등 과학기술 내용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만들어낸 ‘평가를 위한 평가’가 과학기술자들을 괴롭힌다. 전임 공무원이 5개 사업을 3가지 종류로 평가했으면 후임자는 6개 사업을 4가지 종류로 평가하고자 하는, 공무원 특유의 양적실적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평가지표 역시 마찬가지인데, 연구 내용을 몰라 질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보니, 논문·특허·기술이전 등 계량화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평가하게 되고, 이러한 평가제도는 논문 쪼개기, 특허 남발, 단기 연구, 쉬운 연구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천문연(한국천문연구원)이 하는 연구 평가는 어렵지 않다. 저명한 천문학자 몇 명 불러서 5년간 연구 수준 학술적으로 평가하면 된다"는 염한웅 부의장의 말처럼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하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실적 위주의 비전문가 공무원들이 하면 연구 활동을 장려시키지는 못할망정 방해하고 만다.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를 지향해야 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은 국가주도 산업육성 시대의 과학기술 정책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한 정책은 공무원 시험 합격자의 행정 경험이 아닌 과학기술자들의 풍부한 연구 경험에서 나오지 않을까?

지난 정부들에서도 개방형 공무원 임용, 비상임 자문위원 위촉 등 과학기술자를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과학기술자들이 정부 R&D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그들이 새로운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현재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이 기대만큼의 속도는 아니지만 연구비관리시스템 통합, R&D 예비타당성조사 과기정통부 이관 등 과학기술자가 원하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하지만이들 외에도 더욱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정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염 부의장은 “과학을 특정한 경제구조의 하위개념으로 바라보던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기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대가 온 것 같지는 않다. 이제 과학기술자들이 정부 R&D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에 걸맞은 과학기술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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