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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에세이
[주현재의 영화로 만나는 교육] 기적은 만들어내는 것이다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한국대학신문  |  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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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7  07: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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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대 멕시코전을 보았다. 앞서 열렸던 스웨덴전 패배 때와는 사뭇 다르게 우리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가 경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결과는 2 대1 패. 그러나 경기 내용만 보면 지난 경기보다 훨씬 나아졌고, 우리도 최선을 다해 덤비면 누구와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점은 위로가 됐다.

이번 월드컵 중계를 보면 이상하게도 2002년이 자꾸 상기된다. 3사 방송사의 해설자들 때문이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의 해설을 듣고 있노라면 2002년 당시의 승리의 환희와 1승이 어려운 오늘의 현실을 비교하게 된다. 흥미로운 건 해설자들이 대한민국 축구가 앞으로 월드컵에서 선전할 수 있는 처방을 엇비슷하게 내놨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경기 속 선수의 기량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경기 밖 대표팀 운영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 역시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의 기량이 톱클래스가 아닌 현실을 감안할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특별한 조직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러한 획기적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본경기에서 강팀을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은 행운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 '어떤 가족'으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인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는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가족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2000년 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편부모 가정에서 각자 따로 살고 있는 초등학생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이 형제 중 형인 고이치의 소원은 예전처럼 가족이 다시 함께 사는 것이다. 그래서 고이치는 지금 엄마와 살고 있는 지역의 화산이 빨리 폭발하기를 바란다. 화산이 폭발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고이치는 기차가 교차하는 순간 소원을 빌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이들 형제는 각자의 집에서 떠나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차가 양방향에서 260km로 교차하는 지점으로 함께 이동한다. 그런데 고이치와 동생 류를 따라나선 학교 친구들이 여럿 생겼다. 이들도 죽은 강아지를 살리기 위해,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연예인이 되기 위해 각자 나름의 소원을 빌기 위해 기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잔잔한 성장 영화다. 보통의 성장영화처럼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아이들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눈앞에서 일어난 기적과 같은 일들이 실상은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의 산물이었음을 깨닫고 놀랐던 적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6월 20일 대학 역량 진단평가 결과가 각 대학에 통보됐다. 필자는 그날 외부 회의가 있어 여러 대학의 교수들과 SNS상에 공유된 발표소식을 함께 듣게 됐다. 흥분과 탄식이 교차하는 그 찰나, 이상하게도 고3 시절 대학수학능력 시험 점수 발표 날이 떠올랐다. 20년도 넘은 오래된 추억이 왜 하필 그때 떠오른 것일까.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대강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던 시대가 진실로 끝났고, 이제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로 완벽히 접어들게 됐다는 것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오늘날의 대학들은 수능을 앞둔 고3과 같은 처지일지 모른다. 3년마다 이뤄진다는 이 잔인한 평가를 위해 대학은 그동안 갈고 닦은 모든 실적과 성과를 한권의 보고서에 완벽히 담아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의 결과는 오롯이 개별 대학의 몫으로 남는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아이들은 기적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조금씩 깨달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입학생 감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계이길 바란다. 그러나 현 상황을 헤쳐나기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해법은 교육부와 대학들이 서로 협력해 관행처럼 굳어진 낡은 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의 미래형 고등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아닐까. 이러한 시스템의 개혁이야말로 진정한 고등교육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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