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비리 대학에 패널티, 구성원은 책임이 돌아올까봐 함구

일부에서는 “평가 떨어지면 대학은 사형 선고, 부정비리 실사 되겠나” 지적
“비리 패널티가 왜 구성원에게 가나, 당사자를 처벌해야” 주장도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교육부가 부정비리 대학을 걸러내기 위해 감점 등 제재방안을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대학가에서는 오히려 이 때문에 대학의 정상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에 구성원 참여·소통을 넣었다. 1단계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된 대학을 대상으로는 부정비리가 있을 경우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통해 부정비리 대학에 감점과 등급하향 등 제재가 내려진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이 되더라도 부정비리 때문에 탈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5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진단대상 기간을 비롯, 결과가 나오는 2018년 8월까지 행·재정 제재 및 감사 처분을 받은 대학은 감점 대상이 된다.

대학이 보고서 제출 시 부정·비리로 기소된 현황을 자진 신고하는 것이 기본이며, 감사원 지적에 따라 검찰에서 자체 수사 및 기소해 교육부에 공식 통보되지 않은 사안도 제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소송을 진행 중이더라도 신고 대상에 포함되며, 자진 신고를 고의로 누락시킨 경우 제재 강도를 높이는 페널티를 부여받게 된다.

부정비리 대학을 제재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교수협의회 등 대학 내 부정비리를 알리고 대학의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왔던 학내 구성원들은 되레 이 진단으로 이러한 활동이 위축된다는 입장이다.

1단계 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한 대학의 구성원들은 최종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될지가 부정비리에 걸려 있기 때문에 학내 부정비리를 적극 알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본부와 구성원 간 마찰을 빚은 수도권 A대와 총장 선출로 갈등을 빚은 대경권 B대는 학내에서 항의를 하고 있지만 외부에 알리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B대 관계자는 “일단 학교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본부와는 휴전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매주 학내 상황을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던 수도권 C대는 1단계 가결과 발표가 나기 전인 11일 이후 메일 발송을 중단했다. C대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 중에서 (학내 상황을 알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2단계 진단 대상으로 떨어진 대학은 상황이 더 어렵다. 대학에 실점검이 나오고 부정비리가 확인되면 자칫 재정지원제한대학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정원감축과 재정지원제한 등은 물론 장학금·학자금까지 제한돼 학생 충원에 직접 타격까지 예상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되면 사실상 대학운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다. 충청권 2단계 진단 대상인 D대학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우리는 실사가 나와도 아무 말도 안 할거다. 괜히 우리가 말을 잘못해서 결과가 안 좋으면 잘못은 본부가 한 건데 그 책임을 우리가 다 떠안게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분규를 겪고 있는 호남지역 E대 관계자도 “여기서 떨어지면 대학은 사실상 사형선고인데 실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나 있겠나”라며 실사 무용론을 꺼냈다.

사립대학 사건 전문가인 김광산 변호사는 “청구한 소송을 취소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소송을 준비 중인 분들이 문의를 해오는 경우는 많다”며 “몇몇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본부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부정비리로 인한 단죄가 비리 당사자에게 내려져야지 구성원이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학교의 위법한 상황이 페널티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알린 사람들에게 책임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많은 분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비리의 페널티가 왜 구성원에게 돌아가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부정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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