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차별 ㆍ균형잃은 평가" 교육부에 일침

타당성‧신뢰성 붕괴, 평가 역기능만 키워 “교육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그렇지 못해”
수도권-지방권 평가위원은 다른데, 기준은 한 잣대? “지역별 편차 컸던 원인…결정적 오류”
‘전문대 홀대’ ‘수도권 역차별’ 반성 없는 교육부 “더 이상 못 참는다. 고용부로 바꾸자”

▲ 지난달 29일 강원‧수도권 전문대학 40개교 총장들은 ‘수도권‧강원지역 전문대학 총장회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해 1단계 진단 가결과와 관련된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사진=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 1단계 가결과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 87개교가 지난달 20일 발표된 지 9일 만에 전문대학들이 평가 방식 개선을 위한 성명서 발표 등 본격적인 대응에 돌입함에 따라 진단 공정성‧균형성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수도권‧강원권 전문대학 40개교 총장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글래드 여의도호텔에 모여 ‘총장회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총장들은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교육부에 항의 전달할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번 달로 예정된 교육부의 2단계 진단에 앞선 입장 표명 성격이 짙다.

이번 1단계 평가에서 서울권과 경기권 전문대학들은 자율개선대학 선정비율이 각각 44%, 54%밖에 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특히 강원권은 전국 최저인 22%(8개교 중 2개교)에 그쳤다.

장병집 대책위원장(국제대학교 총장)은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타당성의 문제다. 평가라는 것은 발전을 전제로 해야 하지만 현 교육부의 평가는 대학을 줄 세워 말을 잘 듣게 하고, 구조조정 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러한 발상 자체가 문제이며, 타당성이 결여된 평가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장병집 위원장은 이어 “더 큰 문제는 평가의 신뢰성이다. 전혀 신뢰할 수 없다”며 “자율개선대학으로 100% 선정된 지역이 있는 반면 강원권은 22%, 서울 44%, 경기지역은 54%였다. 강원‧수도권이 그렇게 못났는가. 일반대는 수도권의 약 89%가 선정됐다. 결국 일반대는 대단히 우수한 대학이 수도권에 모여 있고, 전문대학은 가장 못난 대학이 모여 있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재복 경기북부인천지역 대책위원(김포대학교 총장)은 “정량적 정성이라는 깎아 들어가는 방식으로 좋은 점은 보지 못하고 오히려 잘못된 점을 찾는 것은 평가의 역기능만 키울 뿐”이라며 “평가 기능에 대한 교육부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 교육부는 대학을 얽매는 방법 중 하나로 평가를 사용하고 있다. 평가는 대학 교육을 더 좋은 쪽으로, 촉진하는 쪽으로 살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강원권 전문대학 총장들이 1단계 예비 자율개선대학 선정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1단계 가결과가 앞으로 있을 2단계 진단에도 연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한 불가결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2단계 진단 결과에서는 지역 간 균형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권역‧지역 비율을 정책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이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 수렴 가능성이 주목된다.

경기권 A전문대학 부총장은 “이번 1단계 평가가 3개 권역으로 이뤄졌고, 각 지표당 평균 45명씩으로 이뤄져 오차 범위는 크지 않겠지만, 방법상으로 문제”라며 “평가 자체에서 지역적으로 편차가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렬로 세웠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수를 받게 된 것이다. 결정적인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각자 다른 평가위원들이 한 결과를 같은 잣대로 서열을 매겨서는 안 된다. 평가 선정 기준을 백분율로 했다면, 현재 결과와 달리 지역별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2차 진단 역시 대상 대학은 불이익을 안고 간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수도권과 지역 간 5점 차이가 난다. 그런데 2차 진단은 전국단위로 합해서 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2차 진단 역시 지역별로 나눠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전문대학 사이에서는 지역별 자율개선대학 선정 비율 편차가 크게 벌어져 향후 지방자치단체와의 상생과 지방인재양성이라는 큰 틀에서 균열이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원권 B전문대학 총장은 “지방분권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전문대학도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평가 결과에서는 지역불균형이 일어났다. 전문대학의 역할은 도(道)에서 필요한 인재, 지역과 어떻게 상생하느냐인데, 자율개선대학의 전국적 분포를 봤을 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1단계 자율개선대학 선정 발표 이후 기대보다 수도권이 저조하면서 심리적 변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 대해서는 지방대학 교수가, 지방권 대학에 대해서는 수도권대학 교수가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동정심’과 ‘질투심’이 낳은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총장들의 발언이 가진 의미가 적지 않다.

서울권 C전문대학 총장은 “수도권 특히 서울은 가장 피해를 봤다. 역차별을 당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지역이다.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게 아닌, 이번 결과의 수치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며 “단순히 일반대만큼의 수준으로 13개교를 자율개선대학으로 더 선정해 달라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이제까지 수도권이 겪어온 애로사항을 확실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학 차별, 더 나아가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어떠한 대책이나 입장도 밝히지 않아 전문대학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에 대한 주무 정부부처를 교육부에서 ‘고용노동부’로 바꿔야 한다는 일부 총장들의 의중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경기권 D전문대학 총장은 “더 이상 수차례 건의해도 변화가 없었다면 평가 부처를 이젠 고용부로 바꾸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할 필요가 있다”며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건의가 계속될 것이라는 부분을 천명하며 ‘전문대 홀대’ ‘말살’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의 교육부 상황을 변화시켜야 한다. 시대에 역행하고, 퇴행적인 발상을 하는 교육부에 대해 청와대뿐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강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이날 강원‧수도권 총장단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대략적으로라도 받아들일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일반대 수준의 자율개선대학 비율을 맞춘 13개교 추가 선정 확대, 2단계 진단 시 지역‧권역별 정책 마련 등이 주요 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잘못된 이번 기본역량진단 평가 결과를 놓고 전문대학들이 목소리를 내 성명서를 만들었다”며 “스스로 개선되지 못하는 교육부를 이젠 대학 현장 일선에서 바로잡아 보고자 몸부림치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의 존재 가치는 일선에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잘 만드는 데 존재 가치가 있는 것임을 교육부가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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