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스케치] 청출어람의 제자를 위해...
[마음스케치] 청출어람의 제자를 위해...
  • 한국대학신문
  • 승인 2018.07.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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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 광주보건대학교 교수

“교수님, 이건 너무 불합리하고 불공평해요.” 중간고사 시험이 끝나자마자 난데없이 휴대폰 속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듣고 보니 어느 과목의 시험문제가 작년도와 거의 유사했던 모양이다. 일부 학생들이 선배들에게 작년 문제를 입수하고 친한 친구들끼리 돌려봤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모든 과목들이 족보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 선후배 간에 족보를 주고받는 것을 교수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너희들이 너무 공부를 하지 않으니까 힌트를 많이 주신 거 아니냐” 라고 나름 교수의 입장에서 열심히 변명을 했다. “일단 사실을 확인해 보겠다” 고 학생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한 학생은 우리 과에는 과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영민하고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학생이었다. 작년에도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호소한 적이 있어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결국 해당과목 교수가 본인의 불찰을 인정하고 재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건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사건을 제보한 학생은 수도권의 4년제 대학에 합격했지만 부모의 권유로 우리 학교를 선택했는데 잘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2학년 겨울방학 때는 자신의 로드맵을 정해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공 분야 공기업에서 모니터요원을 하는 등 보기 드문 학생이었다. 항상 맨 앞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교수자인 내가 신경이 쓰이고 다른 학생들조차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이다. 그래서인지 이 학생이 속해 있는 반이 가장 성적이 우수하다. 사실 입학 당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더라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그 학생은 여러모로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우연히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모든 교수들이 그 학생에게 신경을 쓰고 있고 간혹 수업에 대한 건의를 하기도 해서 교수들이 당황한 적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학에 몸담아 왔지만 이런 학생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 있다. 우리 대학 같은 경우 빨리 국가면허를 취득해 단기간 내에 사회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이 다수이고 여학생의 비율이 높아서인지 그 현상이 더 심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예외적인 학생을 만나면 오랫동안 타성에 젖어 있던 교수들이 긴장하게 되고 심지어는 골치 아프게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 학생이 주는 이런 자극이 싫지 않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해오던 교수학습방법과 평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단지 한 학생의 의견일 뿐인데 다수 학생의 강의평가와 같은 정형화된 결과보다 더 강렬하게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이 희한하기까지 하다.

강의의 수준이나 효과는 교수자의 수준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어린 제자의 말 한마디에 그 수준을 높여보고자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약간은 의외이기도 하지만 교수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해 본다.

청출어람의 제자를 갖는 것은 조금 신경을 써야 하지만 무척이나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어른들이 자식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하신 말이 생각난다. 졸업생이 참 잘하더라는 산업체의 칭찬을 듣고 나면 하루 종일 즐겁다. 자랑할 수 있는 제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 난 기말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평소에 관심있던 새로운 교수법과 학생상담에 대한 연수를 신청해본다. 해놓고 보니 네 시간 가까운 거리를 가야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함보다는 적어도 청출어람의 제자를 당당하게 사회로 하산(?)시킬 내 자신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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