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려대·광양보건대학교 살리기 범시민대책협의회

물 건너간 공영형 전문대, 도립대 전환 가능성은 불투명
“수년간 기회 있었음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비판도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최하위권인 재정지원제한대학 2유형에 속한 5개 전문대학 중 3개 대학은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이들 대학은 자구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으나 몇몇 대학은 폐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가 3일 대학 기본역량 진단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역량강화대학에 들지 못한 전문대는 10곳으로 이 중 5개 대학은 재정지원이 전면 제한되는 재정지원제한대학 Ⅱ 유형에 들었다.

Ⅱ 유형에 속한 전문대는 광양보건대학교‧동부산대학교‧서해대학‧영남외국어대학‧웅지세무대학교다.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서해대학과 동부산대학교는 C등급을, 광양보건대학교‧영남외국어대학‧웅지세무대학교는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이후 2016년과 2017년 재평가에서도 E등급을 받은 3개 대학은 제한유지 등급을 받으며 재정지원제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은 예상했던 대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교 위기’에 대학들 수습 노력 = 수시 모집 시기를 앞두고 낙제점을 받은 이들 대학은 우선 신입생 충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나름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해대학은 서동석 총장이 직접 홈페이지에 재학생을 향한 사과의 뜻을 담은 글을 게재하며 학내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웅지세무대학교는 대학 자체적으로 국가장학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광양보건대학교다. 폐교된 서남대‧광주예술대학교와 함께 이홍하씨가 설립한 대학이다. 광양보건대학교는 폐교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공영형 전문대학 전환을 추진해왔다.

광양보건대학교 정상화를 위해 지역 사회 역시 광양보건대학교의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현복 광양시장은 공약으로 ‘한려대‧광양보건대학교 살리기 운동’을 내세웠고 2016년에는 광양시와 광양시의회, 광양교육지원청, 지역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한려대·광양보건대 살리기 범시민대책협의회’가 발족해 활동하고 있다. 한려대도 이홍하씨가 설립한 광양시 소재의 일반대다. 8월 초에는 광양시가 전라남도에 광양보건대학교 도립대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광양보건대학교 정상화 추진’을 건의했다. 이어 전남도의회는 교육부에 광양보건대학교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탄원을 냈다.

■광양보건대학교 정상화 추진 여전히 ‘요원’ = 그러나 광양보건대학교가 추진한 ‘공영형 전문대학’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019년 고등교육 예산에서 공영형 사립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도립대 전환 역시 갈 길이 멀다. 물론 김영록 전라남도 지사가 광양보건대학교의 정상화를 위한 도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대학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규모의 재정 지출을 전라남도가 감당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여서다.

201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29.47%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 자료에 나타난 2017년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비슷한 수준인 26.2%로 드러났다. 결국 전라남도가 광양보건대학교의 도립대 전환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광양시와 광양시의회가 한려대 및 광양보건대학교의 정상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지역 내 고등교육기관이 존재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범시민대책협의회는 6월 28일 건의서를 통해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대학교는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만이 아니라 도시 정주여건 개선, 실물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도시발전의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두 대학교가 지금까지 일익을 담당해온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우리 광양시를 비롯한 광양만권의 100만 지역민들에게 끼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미자 광양보건대학교 기획처장은 8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폐교가 이뤄지는 건 국가적인 손실이다.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생각해 건설적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무리한 정상화보다는 교육 양심 따라야” = 대학 관계자들은 부실대학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합당한가에 의문을 품고 있다. 또 대학 정상화까지의 기간 동안 학생들이 받게 될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폐교위기 대학 정상화 문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라며 “국립대로 전환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재단 책무성을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 가운데 재단 설립 근거도 만족하지 못하는 대학도 몇 군데 있다. 기본적인 교육 환경도 갖추지 않고 신입생을 받은 대학도 있다”며 “(이들 대학의) 구성원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교육적 양심으로 이러한 환경의 대학에 학생들을 지원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광양보건대학교뿐만 아니라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다른 대학들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이 제기된다. 재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제한에서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실패한 데 이어 다음 주기 평가에서도 결국 낙제점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전문대학 관계자는 “이번에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들 중 몇몇은 이미 6년 이상 폐교 위기인 상태에서 학교를 끌어왔다”며 “진작 폐교돼야 했던 대학들이다. 정리되는 것이 맞다. 구성원의 노력만으로 회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영남외국어대학은 2010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자금대출제한대학, 2011년 및 2012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이후 줄곧 교육부 평가에서 ‘부실 대학’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한편 웅지세무대학교의 경우 박윤희 총장이 8월 24일 공지를 통해 “교육부는 본 대학의 설립목적(회계‧세법관련 자격증 취득 및 세무직공무원시험 합격)을 무시한 채 취업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본 대학을 대학 구조개혁 평가 시 하위등급으로 판정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부분은 앞선 주기에서 계속 지적돼왔던 문제로, 웅지세무대학교가 세무사 1차 합격자를 최다 배출한 대학인 점은 인정되나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전 이사장의 교비 횡령 혐의 등 학사비리가 이어졌음에도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지금은 정상화가 아닌 대학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결국 폐교 수순을 밟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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