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 고려대 교수(블록체인연구소장)

▲ 인호 고려대 교수(블록체인연구소장)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단어로 자리매김했다.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를 시도하려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 분야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권위자인 인호 고려대 교수도 더욱 바빠지게 됐다. 지난 5월에는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 초대 소장까지 맡으면서 눈코 뜰 새가 없다. 인호 교수의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역시 그랬다. 이날 기자가 찾아간 곳은 캠퍼스가 아닌 방송국 녹화 현장이었다. 블록체인 관련 방송에 인 교수가 패널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일도 아닌 일요일 점심에 잠깐 짬을 내 인터뷰를 진행했다. 40여 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 교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화폐의 잠재력과 가치를 줄곧 강조했다. 

현재 인 교수는 블록체인 관련 연구‧강의‧자문 활동으로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블록체인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교 특성화사업부에 있었는데 벤처융합전공을 만들면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해당 전공을 듣는 학생들이 인턴을 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하게 돼 있었죠. 2014년 즈음 인턴 2명을 비트코인 거래소에 보낸 적이 있어요. 학생들이 인턴으로 근무하는 곳인데 어떤 회사인지 궁금했어요. 이걸 계기로 비트코인을 알기 시작했고,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만한 기술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광풍이 불며 화제가 된 블록체인 기술과 그 가능성에 눈을 뜨던 시기였다. 인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 혁명이 데이터 혁명이라면 블록체인 혁명은 파괴적 혁신을 동반한 자산의 혁명이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예측했듯이 5년 내로 전 세계 GDP 10%를 블록체인으로 운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에 인 교수도 적극 동의한다. “인터넷 시대에선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일부 기업들이 부(富)를 독점한 게 문제였어요. 하지만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기존 플랫폼을 독점하던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할 수 없어요. 재분배와 분권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기술이 되는 셈이죠.”  

암호화화폐 관련 일화도 들려줬다. “2015년에 삼성사장단 회의에서 ‘금융혁명, 디지털 화폐에 길을 묻다’를 주제로 한 핀테크 관련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여기에서 금융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금융의 판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판이 바뀔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나아가 기존 아날로그 은행은 결국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했죠. 다음 날 ‘인호 교수가 은행이 해체된다’고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수십 건 나오면서 깜짝 놀랐어요. 덕분에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와 강의하러 다니느라 정신없었던 생각이 나네요.” 

다시 학교 얘기로 돌아와. 요즘 인 교수는 정부‧민간 자문위원 등 외부활동보다는 학교활동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블록체인연구소가 설립된 지 불과 3개월 남짓한 만큼 여기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됐지만 블록체인연구소는 고려대의료원, 금융기업, 컴포넌트 기술회사, 법률 회사 등 30여 개 기업들과 함께 블록체인 관련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연구소에서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통해 블록체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별 창업과 나아가 원스톱 글로벌 지원까지 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인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고 했다. “남이 하지 않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보통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지지 않으면 포기하게 되는데 그게 시작점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꺼내놨다. “블록체인 연구에 처음 뛰어들려고 했을 때 당시 대통령 특보를 하던 교수에게 자문을 구한 적이 있어요. 돌아오는 답은 ‘그게 되겠어? 정부가 싫어하는 것은 손대지 마라’였어요. 이 말을 들은 순간 오히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를 파헤쳐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새로운 세계는 시간이 가면 반드시 오게 돼있어요. 단,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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