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용 동덕여대 교수 (미술사학)

대학생활의 질은 일년에 두 번씩이나 던져지는 길고 느슨한 시간인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있다. 어떻게 해야 이 긴 기간을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을까? 그 중요한 힌트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효율, 혹은 ‘잘 보내야지’의 강박증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말이 그렇지, 이 같은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형편 되는 대로 그저 시간이나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방학조차 온통 눈부신 성과들로 촘촘히 메우려는 ‘허구적인 성과주의’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방학의 얼마간이라도 토익 걱정, 자격증 부담일랑 접고, 푸욱 쉬는 축복에 할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학기도 얼마나 고단했던가? 빡빡하거나 공허한 수업들, 치열한 시험, 과도한 경쟁, 그럼에도 불확실하기만 한 미래, 수시로 자신을 향했던 회의와 자조들, 학우들과의 갈등, 권위적인 교수. 그러니 황우장사인들 견디랴! 해서 방학은 무엇보다 휴식의 시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바늘귀가 되어버린 취업문 탓에 눈코 뜰 새 없는 요즘 학생들에겐 웬 뜬금없는 휴식타령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잘 놀면서, 정작 쉬는 방법은 못 배운 것이 한국인이라 하지 않던가. 무엇이 ‘쉼’인가? 답은 어렵지 않다. 사전은 그저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을 놓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래, 이번 겨울 방학만큼은 정말이지 한번 하던 일을 멈춰보자. 한 일주일쯤만이라도 멈춰보자. 그러면 다음 과정이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새털처럼 가벼워진 머리, 맑은 감성, 다투었던 학우 새삼 그리워지기, 일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일하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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