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제고 '발등의 불' ...'소모적 논쟁' 안된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중 하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여당과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였으며, 찬반양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교육계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해를 넘겨 2005년 현재 시점에도 사학의 공공성을 중시하는 여당과 사학의 자율성을 더 중요시하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사립학교법은 1963년 제정된 이래 벌써 35번이나 개정되었다. 개정 때마다 많은 토론과 다중의 지혜를 모아 마련된 사립학교법을 두고 지금도 개악이니 개선이니 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상충되니 국민 모두가 100% 만족하는 법안이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물론 현시점에서 개정을 해야 한다는 측과 그대로 두어도 문제 없다는 측 양 쪽 의견 모두가 일리가 있다. 그간의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그간 사립학교법 개정은 때로는 학교의 이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총장이나 학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는데,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립학교법 개정 자체가 아니라 교육 경쟁력의 제고에 관심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경 없는 무한 경쟁에 돌입한 현 상황에 있어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인재의 양성에 있고 그 핵심은 대학,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절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경쟁력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1백위권 내에 한국의 대학이 하나도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교육계가 처한 냉엄한 현실이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의 초점은 사학의 투명성 문제이다. 이의 해결 방안으로 매번 법률과 규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 비리 사학의 사례를 전체 사학에 확대 적용시켜 우리나라 전체 사학 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야기할 우려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 일부 사립대학의 부조리는 눈감아 주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사립대학의 자율성과 투명성의 객관적 평가를 주된 업무로 하는 투명성 평가단(현행 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를 수행한다면, 이 평가단은 대학의 자율성과 투명성에 맞추어 평가를 실시한다)을 설치하고, 대학별 평가의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이 높은 사학은 보다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계속적으로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투명성 평가단은 교육 전문가와 교육계 종사자,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하여 사립대학에 대한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수행하고 그 점수에 따라 A, B, C 등으로 등급을 매기면 된다. 이렇게 되면 각 사립대학은 더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스스로 투명한 운영을 하게 되고 자율적으로 교육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학재단과 대학 구성원 간의 갈등을 줄여 학내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무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가 인원부족 등의 이유로 해서 전체 대학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없다면, 등급이 상당히 낮은 대학에 한해서 상시 감사 체제를 갖추면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일부 사학의 부조리를 사전에 예방하고 지도하는 체제를 구축하게 되면 사학비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해당 대학에서 계속 부조리가 발생한다면 그 대학은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나라가 발전할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의 여부는 교육에 있고, 특히 사립학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최소한의 규제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또 교육경쟁력을 신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모적이고 허울뿐인 사립학교법 개정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제도가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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