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탁 교수(연세대 교육학과)

또 다시 우리나라는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야단법석이다. 야단법석의 모양은 이렇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부터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수능성적은 지원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고 논술을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로 강화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보도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 전형계획의 일환으로 서울의 주요대학들이 지난 6월 말에 함께 발표한 것이다. 논술의 출제방향을 밝힌 대학들이 모두 논술의 비중을 확대하되, 서울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등은 통합교과형 논술을 출제하겠다고 하였으며, 고려대, 연세대, 외국어대 등은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논술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2008년도 대학입시제도의 특징은 수능 비중의 축소, 논술 비중의 확대, 수시모집의 확대, 전형 방법의 다양화에 있다. 내신의 비중은 열어놓고 있다. 이 보도가 나간 후에 일부 NGO단체들이 사실상의 본고사 부활이라고 항의하였다. 그러나 교육부는 논술의 비중확대라는 새로운 입시계획안을 정부의 내신 강화 방침을 충분히 반영한 안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도 새로운 입시제도가 큰 무리없이 추진되리라고 전망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는 노 대통령이 “가장 나쁜 뉴스”라는 표현으로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질타하면서 확 바뀌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열린우리당과 함께 새로운 입시안을 본고사의 부활로 규정하고 모든 행정적 재정적 규제와 국회 차원의 법제화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소용돌이에는 많은 문제들이 담겨있다. 그러나 문제는 둘로 집약된다. 첫째, 본고사의 부활은 사교육의 팽창과 공교육의 붕괴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둘째, 종합교과형 논술은 특목고를 포함하여 기득권 계층의 우수한 자녀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이기 때문에 불평등하다.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에서 교육은 이제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치적 문제가 되어버렸다. 교육 자체를 꿰뚫어보고 바로잡으려는 눈은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아직 상품이 생산되지도 않았고 설계도조차 완성되지 않았는데, 상품의 내용을 편견없이 살펴보려는 시도조차하지 않고 이름만 보고, ‘가장 나쁜 뉴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하겠다’ 라고 하며 대통령, 정부, 여당, 특정 사회집단들이 한마음이 되어 나서고 있다. 교육은 차이의 확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차이의 확인이 거부되고 무조건적 동등과 균등이 강요되는 곳에서 교육은 이미 변질되고 있다. 이러한 변질의 환경 아래서 사교육이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으며, 공교육은 속수무책으로 신음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는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고 연구와 교수와 봉사의 조건을 최대한으로 제공하여 온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로 크게 구별된다. 대학의 자율을 보장하여 온 국가들은 예외없이 모두 선진국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도 교육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때가 되었다. 정부는 차제에 입시와 학생선발을 포함하여, 학제, 교육과정, 등록금, 기부금, 교수선발, 등의 모든 일을 대학의 자율에 맡겨두는 용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날 교육은 국력이다. 특히 대학교육은 국가경쟁력의 잣대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소위 ‘삼불법’에 묶여있다. 한국교육이라는 배를 목표를 향하여 힘차게 항해하라고 하면서, 삼불법이라는 닻에 묶어놓고 있다. 그래서 항해한다는 것이 간단없이 닻을 중심으로 맴도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돌면 돌수록 교육환경은 더욱 혼탁해지고 문제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닻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크게 만들어서 배를 닻에 단단히 묶어놓을 생각만 하고 있다. 교육과 정치는 국가의 보존과 발전의 두 중심축이다. 따라서 교육과 정치는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마치 철로의 두 레일처럼 함께 나란히 서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나라도 정치가 교육을 간섭하고 통제하기를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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