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간 이식한 박진웅 군(조선대 신소재공학과)

“병중이시던 아버지가 즐겨하시던 등산을 다시 하실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수능시험을 석달 앞둔 지난 8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이식해 드렸던 박진웅군은 입학을 앞두고 여느 학생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며 개강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박군의 아버지 역시 수술 이후 건강을 회복해 지난 4일 경찰공무원으로 복직했다. 간 이식 수술은 공여자의 간을 60~70%정도 떼어 내야 하기 때문에 환자 뿐 아니라 기증자에게도 힘든 수술. 더욱이 고3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간이식 수술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박군에게 재수를 시키거나 전문대학에 진학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수술 후 우선 ‘쉴 것’을 권했다. 하지만 박군은 퇴원 직후부터 수술부위에 복대를 한 채 새벽2시까지 공부하는 투혼을 발휘,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12월, 박군이 조선대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을 당시는 전국이 수능 부정으로 떠들썩했던 무렵. 박군의 효행은 일부 대학에서 시행하는 ‘효행 특별전형’에 손색이 없을 정도였지만 한달 여를 병원에서 지낸 박군은 ‘수능 4등급 이상’이라는 기준 때문에 원서를 내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탓인지 박군의 아버지는 “본인의 노력으로 일반전형에 당당히 합격한 아들의 합격증이 더욱 값져 보인다”고 했다. 박군의 아버지 역시 가까이 사는 할머니께 수시로 문안을 여쭙는 효자.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온 탓인지 박군 역시 아버지를 위해 수술대에 오른 것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회복과정에서 힘이 들긴 했지만 중환자실 유리벽 건너편으로 마주 보이는 아버지 모습을 바라보면서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박군의 효성에 아버지는 “진웅이 덕에 다시 일할 수 있게 돼 더없이 고맙다”며 “먹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에 허기를 달래가며 몸무게를 줄이는 등 간이식을 위해 했던 노력들과 이후 과정들이 기특하고 대견스럽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서 특단의 조처로 ‘이식’을 결정한 후, 지방간 증세로 ‘불가’판정을 받은 박군은 간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감내해냈다. 오로지 아버지를 위한 효심으로 삭발까지 하며 체중감량에 돌입한 결과, 불과 3개월만에 15kg을 줄였고,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 “대학에서 평소 관심이 많았던 신소재공학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 이 분야 최고가 되고 싶다”는 박군은 “앞으로 아버지와 함께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특히 “장기 이식과 관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경 기자 kmk@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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